일 년 중에 28일이 있는 달은 언제일까요?
3초 드릴게요.
아마 저처럼 2월이라고 답할 것 같네요.
하지만 오답 땡입니다.
딩동댕 정답은 바로 일 년 열두 달이라네요.
28일은 어느 달이나 있으니까요!!!
이 넌센스 퀴즈에 2월이라고 답하는 이유는
우리의 생각 습관대로
2월은 28일 혹은 29일로 짧게
끝나기 때문에
순간 착각하는 것이겠지요.
누군가에게는 달콤한 초콜릿이 생각나는
가장 사랑스러운 달 2월이
제가 살고 있는 이곳 미국 동부지역에서는
잦은 눈 때문에 일 년 중 가장 짧은 달이지만
가장 춥고도 긴 한 달로 느껴진답니다.
초콜릿의 달달함을 생각할 틈도 없이
뉴저지의 2월 첫날 월요일은 눈폭풍으로
시작되었답니다.
아니 정확히 눈은 1월의 마지막 날
오후부터 시작되었는데요.
이른 예배를 마치고 서둘러 잠깐 들른 마켓에는
눈폭풍에 대비해서 미리 생필품과 식료품 등을
사려는 사람들로 오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손님으로 정신없더군요.
아파트 창문을 수십 번 열었다 닫았다 하며
일요일 저녁 쌓여가는 눈을 보면서
다음날 출근이 걱정되어
몇 시간을 고민하다가,
월요일 새벽에 핫 라인으로 오프 하겠다는
콜 아웃 call out 을 했답니다.
(그런데 그 핫 라인이 한 시간도 넘게
통화 중이었다는 사실!!!
많은 종업원들이 저처럼 오프 하겠다고
전화를 했었나 봐요.)
눈 피해가 예상되어 뉴저지 주지사는
스테이트 이머전시를 선포하였고,
일기예보에 의하면 화요일 오후까지
눈이 온다고 하니, 그야말로 3일 내내
원치 않는 넌 스탑 눈 선물을
받게 되었네요.
20인치 이상이 올지도 모른다,
전기가 나갈지도 모른다..
업데잇 되고 있는 뉴스를 듣자니
큰 피해가 없어야 할 텐데
걱정이 앞섭니다.
코로나 영향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는 분들은
눈비에 상관없이 열심히 집에서
땀 흘리시지만,
저와 남편처럼 반드시 직접 현장에 나가
일해야 하는 사람들은 집에서 꼼작 없이
눈이 그치기를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수밖에요.
미국에선 초중고 아이들이 겨울이 되면
눈 내리는 날을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좋아합니다.
왜냐고요?
스노 데이 snow day는 바로
노 스쿨 no school 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많은 대학들도 수업을 취소하기도 하고요.
"선생님들도 아마 우리처럼,
아니 우리보다 더더더 눈 오는 날을
좋아하실걸"
우리 아이들이 학교 다닐 때 농담처럼
이야기해서 함께 웃었던 기억이 있어요.
미국에선 많은 학생들이 스쿨버스로
등하교를 하고, 또한 직접 자녀들을
학교에 롸이드 해주는 부모님도 많고요,
선생님도 교직원도 다들 자동차로
이동하시니,
눈 오는 날은 도로 상황이 많이
위험하기 때문에
학교가 문을 열지 않는답니다.
코비드 때문에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이
병행되면서, 오늘처럼 눈 오는 날엔
온라인으로 수업하는 학교도
많더라고요.
그래도 어떤 학교들은 이렇게 눈이 많이 와서
혹시 전기가 나가면 온라인 수업을 원활하게
할 수 없기 때문에 아예
수업을 쉬기도 하고요.
눈 오는 날이 싫었던 저에게도 잠시나마
조금 특별한 추억이 있었는데요.
2013년에 디즈니 애니메이션인
겨울왕국 Frozen이 개봉했을 때였어요.
가족과 함께 이 판타지 뮤지컬 영화를
보고 난 후, 그 여운이 갈게 남아
주제가인 렛 잇 고 Let it go를 아이들과
몇 달을 부르기도 하고,
눈사람 친구 울라프의 매력에
빠지기도 했지요.
쇼핑몰에 가면 엘사와 안나의 드레스를 입고
손에 요술봉 하나씩 들고 다녔던 많은 여자
애기들을 봤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는 눈의 감성과 낭만은 다 사라지고
해마다 겨울이 되면 이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라게 되었고요.
눈 그치면 빨리 눈 치워야 하는
불편한 마음만 생기는 고단한 노동자의
심정이랄까요.
주변에 가게를 소유하고 계신 분들은
눈 그치고 정해진 시간 안에 눈을
치워야 하는
타운의 법으로 인해서 스트레스도
받으시고요.
만약에 눈을 소홀하게 치워서, 누군가가
내 가게 앞에서 미끄러져 다치기라도
한다면 정말 소송으로 골치 아픈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요.
큰 집 갖고 계시는 분들은
길고 긴 드라이브 웨이에 직접
눈 치우시느라
그야말로 극한 직업의 하루를 보내시기도
하고, 눈 치우는 사람 알아보시느라
바쁘시기도 하고요. 이럴 때 찾아가서 함께
도와드리고 싶지만, 이동이 어려우니
마음만 굴뚝입니다.
아파트 창문을 통해
눈폭풍을 뚫고서도 일하러 나가시는
이웃분들을,
아파트의 산더미 같은 눈을 중간중간
치우느라 수고하시는 분들을,
오늘 더 지치고 외로운 분들을,
바라만 보고 있으니
저 혼자 누리는
이 사치가 더 죄송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우리는 다
마음속에 꽁꽁 얼은 크고 작은
눈덩이 하나씩은
품고 이 지친 시간을 살아가기에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같음을 전하고 싶네요.
따뜻한 회복의 시간을 기다리는
그 간절한 바람은
서로 같음을.
꽃길을 걸으면 좋겠지만,
오늘 하루는 눈길을 걸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