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가로등 보며
회사 앞 주차장에서
따뜻한 고구마 먹고 시작한
목요일 아침 6시.
겨땀은 저리 가라...
하루종일 발바닥에 땀났네요.
일 마치고 나니 오후 4시 30분.
10시간도 더 일했어요.
아직 연말도 아닌데...ㅠㅠㅠ
라디오에서 곧 저녁 5시쯤부터
헤비 레인이라는 일기예보가 나오니,
딴 길로 새지 않고(?)
집으로 쌩 달려왔답니다.
일기 예보가 넘 정확해요.
30분 거리의 집 앞에 도착하니
하늘이 번쩍번쩍거리기 시작하고
비가 막 쏟아지더라고요.
빗줄기가 더 굵어지는 것 같아
재빨리 주차하고
집으로 후다닥 단숨에
뛰어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평소에 저의 주차 습관은
꼭 창문을 열고 운전석에서 고개를 내밀어
차 밑을 확인하는 버릇이 있는데요.
비가 몰아치는데도
이 날도 어김없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주차선을 확인하려는 순간,
성급한 마음도 있었고,
열어놓은 창문 때문에
거센 빗줄기가 얼굴을 때리고
차 안으로도 찬 비바람이 들어오네요.
단 몇초라도 시간을 절약해야겠다는
지혜로운 판단에
순발력을 발휘하여
글쎄 고개를 내민 채로 동시에 창문을
올려버렸답니다.
주차선을 확인하는 순간
스르륵
목 쪽으로 올라오는 유리창문😱
깜짝 놀라 아차 싶어
순간적으로
곧바로 손가는대로
내림 버튼을 팍 눌렀지요.
1분 절약하려다
영영 절약할뻔했어요.
제가 아는 주변의 어떤 분도 집 앞에
주차를 하면서 깜박하고
P에 맞춰야 할 것을
R에 맞추고
차에서 내리는 바람에
사고가 있었다는데요.
주차한 곳이 약간 언덕이어서
황급히 미끄러지는 차를 잡느라 넘어져서
갈비뼈를 다치셨답니다.
다행히 차는 잔디밭쪽으로 멈춰서
더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듣는 저도 놀랐거든요.
언제든지 순간의 실수로
사고는 일어날 수 있다더니,
조심성 없는 저의 행동을 후회하며
잠시 차안에서 앉아있었답니다.
그렇게 마음을 식힌 후에
차 안에 비상용으로 갖고 다녔던
보라색 새 우산을 펴고
우아하게 가을비 사진을 찍으며
집안으로 들어왔지요.
천둥 치면 어떠리.
번개 친들 어떠리.
설마 죽기야 하겠어요?
천둥과 번개 때문에 죽는 게 아니라
작은 실수로 다치고
생명의 위험도 생길 수 있다니까요.
창문 올리다 자동감지 장치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쓸데없는 괜한 실험은 하고 싶지 않네요.
ㅎㅎㅎ
오늘도 무사히...
이 말이 얼마나 의미심장한 기도인지요.
젖은 얼굴을 닦으며
뭐 복잡한 음식 만들게 아니라
지난주에 담근 열무김치에다
야채만 싹싹 썰어
열무김치 국수나
만들어먹어야겠더라고요.
3단 1묶음이 $1.99(약 2천2백 원)이어서
사 왔던 싱싱한 열무.
열무는 흙이 어찌나 많은지
씻어도 씻어도 모래가 잔뜩이었어요.
많이 씻어서 자꾸 손으로 조물락거리면
군내가 나서 맛이 없다는데
그래도 할 수 없어요.
재료를 준비해놓고
보리 섞인 밥을 갈아 풀을 만들고
고춧가루를 곱게 채에 걸러서
물을 넉넉하게 잡아보았어요.
초록색 열무에
빨간빛 고춧가루가
환상 조합이네요.
냉장고 속 열무김치를 꺼내니
익은 냄새가 확 올라오네요.
인생은 미완성이어도
깨소금 싹싹 뿌려
열무김치 보리밥과
열무김치 국수는
완성할 수 있어요.
짭짤하고 매콤한 열무김치 국수 한 그릇 후에
깔끔한 레모네이드 한잔과
삼색 아이스크림 찹쌀떡으로 디저트까지~
시작과 중간은 힘들었어도
마무리는 멋진 오늘이 감사해요.
실은 하루종일 오른쪽 세 번째 발가락이
아팠거든요.
티눈인지 굳은살인지
며칠 전부터 자꾸만 거슬리더니
걸을 때마다 아파서
온 신경이 오른발에 쏠리더라고요.
지금의 건강이 당연한 듯
교만한 마음으로 지내다
이렇게 조금이라도 불편한 곳이 생기면
일상 속에서
무엇이 참 행복인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돼요.
매일
저도
또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위시 리스트를 갖고 살죠.
코로나 풀리면 여행도 가고 싶고
큰집으로 이사도 가고 싶고
핫 한 카페도 가보고 싶고
새 차도 사고 싶고
맛있는 것도 먹고 싶고..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늘 많아서
인생이 미완성인가 봅니다.
매일매일
순간순간
큰 것만 바라며 기대하며 살다 보니
눈앞의
작은 행복은
행복인 줄도 모르지요.
제일 낮은 곳에서
삶의 무게를 감당하며
촐랑거리는 주인을 위해
늘 애쓰는
두발을 주물럭거리며
다독여주렵니다.
두발아~~
오늘도 넘 고마워.
단잠 자고
내일도 또 잘 부탁해.
오늘 밤 위시 리스트는
티눈이
쏙
빠지는 거다~~~
🧐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통과 공감의 하트빵🧡 잊지 마시고요.
잔잔한 삶의 이야기로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