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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밤의 연극, 라듐 걸스 Radium girls


라듐 걸스

Radium girls😵


제목을 보는 순간 만약 라듐을 모른다면
웬 걸그룹?
귀엽고 사랑스러운 공연이 연상될지도 모르는
제목입니다.


과학에 완전 꽝인 저는
"라"로 시작되니 
소피 마르소 주연의 프랑스 영화
라 붐 La boum과
엠마 스톤 주연의 미국 영화
라라 랜드 La La Land가 먼저 생각났어요. 


연극 라듐 걸스는
어둠 속에서 빛나는 소녀들의
무거운 이야기랍니다.
라듐(영어 발음은 레이디엄)이라는
방사능 물질로 인해
귀중한 생명을 잃은 어린 노동자들의
산업재해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네요. 





 

라듐 걸스1 taken by 할미꽃소녀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중단되었던
공연들이 1년 6개월 만에
최근 다시 시작되었어요.
세계 뮤지컬 팬들의 메카라는
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에는
9월부터
"라이온 킹"도 돌아왔어요.



대학 캠퍼스 안의 공연장이지만
모처럼 찾아가는
제 발걸음이 설레었답니다.
공연 장소는 모리스 카운티
커뮤니티 칼리지안에 위치한
학생회관 Student Community Center👌
이 대학에서 26년간 헌신하였던 부총장
조지 드래고네티라는 분의 이름이 새겨진

강당이었는데요. 





 

라듐 걸스2 taken by 할미꽃소녀




보통 미국의 커뮤니티 칼리지하면
전문대학 정도의 교육기관인데요, 
이곳에서 마지막으로 공연을 본 것이
2019년 가을이었으니
거의 2년 만에 모처럼 찾아온 셈이네요.


이 대학은 제게 아주 아주 친근한 곳이에요.
일 때문에 바빠도 공연 관람을 즐겨해서
저의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함께 자주 공연을 보았던 곳이거든요.


이 대학은 소규모이어도
특히 음악과 공연예술 분야 전공은
Dept. Music, Performing Arts,
and Music Technologies
꽤 활발한 활동을 해오고 있어요.


해마다 담당 교수와 학생들이
좋은 팀웍을 이뤄서 수준 높은 작품을
선보여왔어요.
멀티룸으로 불려지는 이 강당은
약 500석 규모의 좌석을 갖춘
부채꼴 모양의 공연장인데요.
공연과 강연, 영화 상영 등의 공간으로

손색이 없는 조명과 음향시설을 갖추었어요.


팬데믹 이전까지는 정기 공연으로 
봄과 가을에 각각 2편씩
총 4편의 연극과 뮤지컬은 물론,
현대 춤 공연과 연말 콘서트 등을
개최했었답니다.


연극과 뮤지컬의 경우엔
주로 고전 클래식이나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작품과 장르를

망라하여 공연해왔었는데요.


비싼 티켓 가격 부담 때문에
브로드웨이 공연을
쉽게 볼 수 없는 저 같은 관객들에겐
대학 공연장은
소소한 즐거움을 안겨주는 곳이에요.


셰익스피어 연극은 물론,
레 미제라블, 리걸리 블론드 같은 작품들,
공연 팬이라면
한 번쯤 보고 싶은 공연도
저는 이곳에서 주로 보았었답니다.


$15(약 17,500원)로
훌륭한 시청각 시설이 갖춰진 대학 강당에서
책과 영화로 접했던 익숙한 작품들을
즐길 수 있으니,
말 그대로 가성비가 놀랍지요. 







라듐 걸스3 taken by 할미꽃소녀



이날 공연한 라듐 걸스의 줄거리를
잠깐 소개해 드릴게요.


연극의 주 내용은
1920년대 당시 미국의 뉴저지주에 위치한
라듐 제품 공장에서 일했었던
여성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에 관한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고 있어요. 


연극의 장면은
공장일에 지친 어린 여성 노동자들이
라듐을 몸에 바르며 노는 이야기로 시작돼요.


이 연극을 이해하려면
방사능 물질인 라듐에 대한
기본 이해가 있어야 하기에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를 요약해보았어요. 


라듐은 1898년 프랑스의 물리학자이자
화학자로 노벨 물리학상까지 수상했던
마리 퀴리가 발견한 물질인데요.


많은 사람들이 라듐이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을
모르고 이 새로운 물질에 열광했다고 합니다.
특히 1910년~1920년대 미국에
많은 시계 회사들이 설립되면서, 
시계판 숫자에 반짝이는 라듐 페인트를 발라서
제조한 야광시계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고 해요.


당시 많은 공장에서 일한 여성 노동자들이

작업 중 몸에 묻은 라듐 성분이
반짝반짝 빛을 발해서
신비스럽게 보였기 때문에
이들을 라듐 걸스 또는 천사라는 애칭으로
불렀다고 합니다.







라듐 걸스4 taken by 할미꽃소녀



1920년대 중반부터

라듐에 대해서 몰랐던
불편한 진실과 공포가
드러나기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라듐에 노출된 라듐 걸스들에게서
다리뼈가 으스러지고
이가 빠지고 턱이 괴사 되는 등 끔찍한 병이
발병하기 시작한 거예요.


함께 일하던 동료들의 죽음을 지켜보던
주인공 그레이스는
이 병의 원인이 라듐에 있다고 주장하며
회사를 상대로 외롭게 투쟁을 시작하죠.


진실을 숨기려는 회사와 길고 긴 공방전속에
소송이 제기된 후 무려 14년 후에야
마침내 라듐 걸스가 승소하여 진실을 세상에
알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사이 약 50여 명의 라듐 걸스가
이 질병으로 인하여 귀중한 생명을 잃었다고 해요.


라듐 걸스의 죽음은 각 개인들의 생명이
희생당한 안타까운 스토리이기도 하지만,
라듐이라는 방사능 물질의 위험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고도 합니다.


또한 미국 기업 내에서의 안전한 작업 환경과
소중하게 보호되어야 할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의식의 목소리가 나오게 된 사건으로
기록이 되었고요.


이후에 라듐 걸스의 사건은 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되어 책으로도 출판되고
2018년엔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해요.





 

라듐 걸스5 taken by 할미꽃소녀



팬데믹 상황에서 다시 시작된
공연이었기에 제가 느낀 특징 몇 가지만 

나눠보고자 합니다.


우선 공연중에
모든 등장인물과 크루가
투명 마스크를 쓰고 나온 점이었는데요.


마스크를 쓴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관객들이 앉아있는 객석 앞으로
잘 전달되지 않는 느낌 때문에
제게는 가뜩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연극의

영어 대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아 답답했어요.
그나마 미리 연극 시작 전에
스크린에 띄워 놓은 줄거리로 예습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지요. 



공연시간은 1시간으로

예전에 비해 상당히 짧은 편이었어요.
그래서 연극의 내용을 세세한 장면으로
보여주기보다는 신문기자의 리포트와
법원에서의 대화로 압축해서 표현되었답니다.

 

 

보통 연극이나 뮤지컬 공연은
중간에 인터미션이라고 해서
10~15분 짧은 휴식이 있는데, 이번 공연엔
중간 휴식도 없었고요.


공연 중에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었기에
찍지 않았고요.
장면이 바뀌어 무대 정리할 때
뒷모습으로만 앵글에 담아보았습니다.


공연 환경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안전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객석 사이사이로 좌석 제한 구역을
나눠놓았답니다.


입장 가능한 연령은 사실상 초등생 이상으로
제한이 없었는데요.
예전 같으면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동반하여 온
가족 관객도 많았는데요.
현재까지 청소년 층의 백신 미접종률이
높다 보니 이날엔 청소년 관객이
안보이더라고요.


또한 최근 미국 내 박물관이나 공연장 등을
입장할 때는 백신 증명서를 제시해야
입장하는 곳도 있어요.
그래서 저도 혹시나 해서
백신 접종 카드를 갖고 갔는데
별도로 검사는 없었답니다.





 

라듐 걸스6 taken by 할미꽃소녀

 


연극이 끝나고도
저처럼 아쉬운 마음이 남았는지
쉽게 객석을 떠나지 못하고
자리를 지키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주인공의 마지막 독백 장면은
외롭고 긴 싸움으로 버틴 한 사람의 용기가
결국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었음을
알려주는 의미 있는 엔딩이었습니다.


더불어 현재의 우리 사회를 살고 있는
이 사회는 어떤 상황인지 돌아보게 하는
잔잔한 메시지를 남겨주었고요.
코로나로 많은 고통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고려하여

선택한 주제인 것 같기도 했고요.


물론
질병의 원인과 상황은 다르지만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로부터
모두가 안전하게 상생하며 살아갈 수 있는
지혜는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라듐 걸스7 taken by 할미꽃소녀




불은 꺼지지 않았지만 연극이 끝나고 나니
텅 빈 객석이 쓸쓸해보여 
생각난 노래가 바로
오래전 대학가요제 출전곡이었다는
"연극이 끝난 후"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 적이 있나요


관객은 열띤 연길 보고
때로 울고 웃으며
자신이 주인공이 된 듯
착각도 하지만
끝나면 모두들 떠나버리고
객석에는
정적만이 남아 있죠
고독만이 흐르고 있죠


<샤프의 연극이 끝난 후 노래 중에서>





 

라듐 걸스8 taken by 할미꽃소녀




언제쯤이면
무대 위의 배우들도
객석의 관객들도
마스크를 벗고 자유롭게 소통하며
예전처럼 공연을 즐길 수 있을는지는
알 수 없지요.


이제 뉴 노멀의 상황에서는
위드 코로나로 지낼 것이라고
예측하니까요.


여전히 현실은 마스크가 필수이지만 
동네에서라도
이렇게 오프라인 공연을 보게 되니
다시 찾아온
일상의 선물에 감사해요.

 

 

 

 



라듐 걸스9 taken by 할미꽃소녀

 

 

 

제가 좋아하는 코믹 로맨스 뮤지컬인
애니씽 고우즈 Anything goes도
이곳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다음 달 공연 예정이라
11월이 더 기다려집니다.

 

 

그때는 더 많은 관람객이 객석에 가득 차 

그동안 마음고생 많았던

공연하는 분들의 어려움도 

회복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통과 공감의 하트빵🧡 잊지 마시고요.
잔잔한 삶의 이야기로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