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한 나무 사이로
포근한 새벽안개가
살포시 내려앉아있는 것을 보니
낮 기온이 제법 올라갈 것 같았는데요.
예상이 맞았어요.
21도 가까이 올라간 화사한 오후 날씨 속에서
아직도 이렇게 화려함을 뽐내는
마지막 잎새들이 있네요.
새벽과 한낮의 풍경이
달라도 넘 다르죠?
저처럼 성질 급한 나무들은 어느새
이렇게 빈 둥지만 덩그러니 남았는데요.
하늘 색깔만 보면 아직도
시간은 가을에 멈춰있는 듯합니다.
겨울은 분명 시작된 것 같은데
지난주부터 한낮엔 맑고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어요.
요즘 같은 날씨를
인디안 썸머 Indian Summer라고
하더라고요.
발음을 약간 달리해서
인디언 서머라고도 하죠.
이 말의 의미는
북아메리카에서 겨울이 시작되기 직전인
10월 말에서 11월 중순 경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고온현상을 뜻한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여름 앞에
왜 인디안이라는 단어가 붙었을까요?
그 이유를 찾아보니
북미의 원주민이었던 인디안들이
겨울이 시작되기 직전의 이 짧은 시간이
신이 내려주는 선물로
여겼다는데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더라고요.
제 냉장고 속에도
마치 겨울나무처럼
건더기는 다 사라진
열무김치 국물만 남아있어요.
그래서 남은 김치 국물로
국수를 만들어 보았는데요.
양배추, 오이, 당근, 파 등 야채를 준비했어요.
빼빼로가 안되려면
계란으로 단백질도 좀 보충해줘야죠.
그런데
국수를 삶아놓고 보니
껍질 까놓은 삶은 계란은
어디로 사라졌어요.
국수 삶으면서 출출해서
소금 콕 찍어서
벌써 먹방 했답니다.
김치 국물에 식초와 설탕을 넣어
새콤달콤 간을 맞추고
준비한 야채만 후루룩 섞으니
시원한 열무김치 국수 5분 만에 뚝딱~~
아니 열무김치 국물 국수 완성이요~~
🥰🥰🥰
국수로는 탄수화물이
충분하지 않을 것 같아
이번엔
꼬마김밥도 5줄 추가요~~~
왔다가 소리 없이
왔소~ 갔소~
훅 가버리는
인디안 썸머처럼
열무김치 국수도
제 입으로
순식간에
다운로드 되었답니다.
우주의 기운을 담아
메타버스에서도
만나고 싶은
열무김치 국수~~😋
주신 분의 따뜻함처럼
탐스럽게 익은
고운 감으로
입가심까지 잘했으니
혼자서만 즐기기엔
왠지 미안한 맛...
열무김치 국수 대신
디저트 서비스로
주황색 빛 단감
업로드 좀 해드립니다.
곧
날씨도 추워지고
눈도 내리고
겨울이 깊어지고
한해도 저물어가겠지만
어느 시간에 있든지
이 지나가고 있는 계절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지요.
비록 늦가을과 초겨울에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
진한 아쉬움을 남기기는 해도
맑고 따뜻한
인디안 썸머속에서
제 마음이 한 박자 쉬어가는 듯하니까요.
뿌리는 때가 있으면
거두는 때가 있는 법이라고 하지만,
제대로 뭐 한 가지 뚜렷하게
이뤄놓은 것 없이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면
초조함이 더해지는 요즘이죠.
비록
기대했던 대로
물질적인 큰 수확은
얻지 못했다고 할지라도
자족하는 마음이
작은 수확이라 여기며
2021년을 정리한다면
지금 이 시간이
바로
저에게도
그리고
여러분에게도
축복의 시간
God's blessing이라는
인디안 썸머가
아닐까 합니다.
🎀🎀🎀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소통과 공감의 하트빵🧡 잊지 마시고요.
잔잔한 삶의 이야기로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