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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부부 대화법 1(feat. 24시간이 모자라)

결혼생활 대략 20년 이상인 50대 부부가

그래도 아직까지 짧은 대화라도

주고받는다면 대충 어떤 식인지

저희 부부의 실지 예문을 옮겨볼게요.

 

저 : 김 권사님 손녀가 돌이어서 다음 주에

     간단한 식사 모임을 하신다는데.

남편 : 애기가 몇 살인데?

 

이런 환상의 하모니 대화도 있어요.

남편 : 당신은 자면서 왜 그렇게 이를 갈아대?

저 : 뭐라고? 당신 코는 사골인가 보네.

     밤새 얼마나 고는 줄 알아.

     내가 오늘 밤엔 안 자고 반드시 녹음해서

     증거를 들려줄 거야.

 

유튜브 만능 대화법도 있고요.

저 : 폰 보고 있으니 내일 날씨는 어떻대?

남편 :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당신 폰에서 검색해보면 되잖아.

 

조금 살벌한(?) 막가파 대화법도 있답니다.

남편 : 오다가 기름 넣는걸 깜박했네.

저 : 머리는 장식으로 달고 다니나 보네.

 

다른 듯 닮은 꽃나무

인터넷에서 50대 부부를 검색어로 찾아보면

부부관계나 부부섹스 등의 성적인 내용이 주로

차지하더라고요.

부부대화에 대한 깊은 내용이 많지 않은 것을

보니 아마도 50대의 부부들이

"무늬만 부부"로 또는 "무늬도 대화도 없이"

건조하게 살아가기 때문인가 봅니다.

하루 종일 남편과 부인이 서로 

어디에 있는지조차 행방을(?) 모르고

관심도 없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심한 경우 정말 이사 갈 때 남편 버리고 간다는

유머가 공감이 된답니다.

 

40대의 부부가 자녀양육과 사회생활, 

경제문제 등으로 폭풍처럼 치열한 사랑과 전쟁을

거치며 살고 있다면,

주변에서 만나 뵙는 60대 이상의 부부들은

자녀도 어느 정도 성장해서 독립 해나가

다시 20대의 젊은 부부들처럼 

부부 중심의 생활을 하시더군요.

경제 활동도 은퇴하시고 따라서 자연스럽게

일과 인간관계에서도 정신적 여유가 생기면서

부부간의 말싸움도 미움도 많이 수그러들며

어찌 보면 다 내려놓음의 경지(?)에 

도달하셨더라고요.

 

저처럼 50대의 부부는 어떤 지점의

다리쯤에 서있을까요?

50대 부부의 대화법은 마치

대화인 듯 대화 아닌 듯

때로는 대화이긴 하지만 대화라 할 수 없는

무관심 무설탕이었다가

공격적 짠소금이었다가

매운맛 통후추라고나 할까요.

 

봄닮은 푸른잎

 

잔소리 수다왕 저와

마침표 침묵왕 남편의

하루 24시간 대화를 하려는 자세와

가능한 환경은 어떤지 한번 점검해 보실까요.


6 m 아침에 일어났을 때

 

굿모닝이라도 할라 하면 말 섞일까 봐

아침부터 향상된 연기력으로

잠 안 깬 척 실눈 뜨고 있다.

 

7 am 폰 보고 있을 때

 

날씨 좀 물어보려고 하면

갑자기 화장실이 급하다고 방문 열고 나간다.

화장실 다녀왔길래 다시 물어보려고 하면

갑자기 중요한 뉴스가 생각났다며 빨리

검색해야 한다며 조용히 하라 한다.

 

8 am 아침 먹을 때

 

역시나 밥상 앞에서는 밥만 먹어야 한다며

아예 말을 못 하게 한다.

그럼 반찬은 왜 먹고 물은 왜 마시는 거지?

 

9 am 운전 중일 때

 

말 시키면 절대 안 된다.
모르는 길이라며(심지어 집 근처인데도)

운전에 방해된다며 안전벨트 매는 순간부터

귀는 오직 바깥소리에만 집중한다.

내비게이션을 제외한 모든 차 안의 소리는

차단.

 

10 am 밖에서 전화하면

 

물어볼 것이 있다고 하면 할 얘기 있으면

집에 와서 하라며 말도 없이 끊어버린다.

처음엔 네트워크에 문제가 있어 연결이

안 되는 줄 알았다.

중요한 대화는 언제나 대면으로 집에서만

해야 하나 보다. 

 

11 am 어제 산 잇 템 봄 원피스 보여줄 때

 

90퍼센트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한 옷을

이쁘다고 자랑하며,

파이널 세일 품목을 좔좔 얘기할라 하면

어제 한 얘기를 왜 또 하냐며 신경질 낸다.

그럼 어제 먹은 밥과 김치는

왜 오늘 또 먹냐고요?

 

12 pm 점심 준비할 때

 

냉장고에서 재료 꺼내 손질하고 준비할 때

말하면 침 튀긴다고

칼질이나 집중해서 하라고 한다.

 

1 pm 한낮에

 

점심 먹고 나선 식곤증이 밀려온다며

낮잠을 자야 한단다.

10분간 수면한다더니 2시간 건강법으로 바뀐다.

 

3 pm 공원 산책할 때

 

신선한 바람이 좋아 모처럼 야외에 나왔다.

대화하기 좋은 날씨와 쾌적한 환경이다.

몇 마디 하기도 전에

사람 많다고 마스크나 잘 쓰고 

" 그 입 다물라" 한다

낮말 새 말이나 밤말 쥐 말이나 자나 깨나

시크릿 가든이다.

 

4 pm 컴퓨터 작업 중일 때

 

그나마 말은 붙여보는데
뒤통수를 얼굴 삼아 물어봐야 한다.

얼굴 좀 돌려보라 하면 얼굴 보나 안보나

들리는 건 똑같다고 한다.

그러면서 중요한 이메일을 확인해야 한다고

한다.

스팸메일 삭제하면서 내 말도 아무래도

쓰레기통으로 갈 것 같은데.

 

5 pm 오늘은 나름 좀 진지하게 듣는다 싶었다.

 

말없이 고개만 끄덕거리며 즐거운 표정으로

웃는다. 와 어제 잔소리 효과가 좀 있네.

오늘은 리액션이 되는 것 같아 뿌듯.

쌓였던 불만이 잘 해결될 것 같은 느낌.

그런데 자세히 보니 남편이 이어폰을

끼고 있다.

 

6 pm 저녁 일찍 준비해놓고 좀 한가할 때

 

모처럼 대화하기 굿 타이밍.

그런데 발톱 깎는데 집중해야 하니 나중에

말하라고 한다. 50이 넘으면 단백질 섭취가

다 손톱 발톱으로 가나보다.

노인 냄새는 신경 안 쓰면서,

말 붙이면 시도 때도 없이 손발톱 손질 관리에

열심이다.

 

7 pm 오늘 재미있었던 일이 있어서 말해

줄라고 할 때

 

배고프니 밥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한다.

모든 것의 최우선 순위는

입에서 나오는 말보다

입으로 들어가는 밥이다.

 

8 pm 밥 먹고 나서 티 타임 할 때

 

티가 식으니 결론부터 말하라고 다그친다.

원 샷 하고 나선 집안에 음식 냄새나니

음식물 쓰레기 버려야 한다며 잽싸게 나간다.

 

9 pm 아이들 때문에 속상해서 하소연

하려고 할 때

 

이야기의 주제가 지금 밤 시간에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아마도 남편의 머릿속에

대화 주제별 스케줄 편성표가 있나 보다.

 

10 pm 주말에 와인 한잔 마실 때

 

한잔 마시고선 나이 드니 조금만 마셔도 금방

취한다고 어지러워서 아무 말도 웅웅 거려

안 들린다고 한다.

 

11 pm 한밤중 가장 조용할 때 

자연 속으로 회귀하는 시간이다.

인생은 무엇으로 사는가, 땅끝마을, 오지마을..

아내의 세계만 제외하고

오대양 육대주 온 세계가 관심사다.

주변 이웃들이 잘 시간이니 민폐 끼치면

안된다면 조용히 유튜브를 닫으며 동시에

귀도 닫는다.

 

12 am 땡 울리면

갑자기 신데렐라로 변신한다.

하루가 지났다며

빨리 자야 한다고 한다.

 

12 am 이후 대화를 할 수 없다.

         남편이 벌써 잠들었다.

 

 

봄꽃보며 Enjoy life!

 

 

남편과 얼굴을 마주 보며 하루 종일 몇 마디라도

깊은 대화하기가 얼마나 어렵고도 힘든지

언제부터인가 부부 주제곡이

"24시간이 모자라"가 되어서 마음 한편이

씁쓸하답니다.

 

어느 부부나 함께 살아온 시간과 환경을

불문하고 늘 답답한 문제는 놓여있어요.

답. 답. 한 이유는 답이 두 개여서라지요.

어느 것이 정답인지 오답인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일상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로

부부가 대화로 함께 풀어야 할 어려운

매일매일의 숙제가 답 없이 그대로 쌓여만

가니 서로 간의 불신의 골이 더 깊어진답니다.

 

단지 부부만의 대화 문제뿐이겠어요.

서로 다른 기질과 취향에서 비롯된

사소한 갈등이 계속 반복되다 보면

언젠간 폭발하게 되고요.

흘려듣고 무시하는 듣기의 태도는

한 생명을 죽일 수도 있고

새겨듣고 인정하는 경청의 배려는

서로를 더욱 성숙하게도 합니다.

 

이미 몸도 마음도 시들어 떨어진 꽃이더라도

그 믿음의 뿌리가 살아있다면

힘들 때 쓰러지지 않고 서로를 지탱해 줄 수 

있을 텐데요.

 

앞으로의 후회는 줄여 살아야겠다는

새로운 다짐 속에 비록 작심삼일이 될지언정

서로의 다른 점을 이해하면서

타협점을 모색하여 그 중간지점에서 만나볼까

합니다.

 

업그레이드된 대화법이 궁금하시다면

매주 금요일 포스팅되는 다음 글도

꼬옥 읽어봐 주시고

하트 빵 클릭!

 

 

 

여름을 기다리는 무화과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