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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의 침묵하는 양

양의 여러 특징을 찾아봤어요.

 

우선 양들은 눈이 나쁘고

잘 속고 잘 넘어지고

넘어지면못 일어난답니다.

왜냐면 넘어지면 

벌러덩 뒤집어지기 때문에

세워 일으켜 줘야 한대요.

 

방향감각도 없고

위험에 대한 방어력도 없고

중심을 금방 못 잡는 이 양들은

이기적이고 멋대로 살다가

반드시 왔던 길로 다시 돌아오는

귀소본능 습성은 있대요. 

죽을 때가 되어야지 온순해진다고 하니

 

어쩌면 이렇게 네 발 달린 짐승이

두 발 달린 사람과 똑 닮았을까요.

 

눈이 나쁘니,

세상 보는 지혜도 없고

분별력도 없고

아무것에나 졸졸 따라다닙니다.

 

수시로 넘어지고 쓰러지면서

어느 길로 가는지도 모른 체

안갯속을 헤매며

돈길 따라 먹이 찾는 것에만 집중하며

맘대로 살다가

갈 때 되면 비로소 성질이 죽어

빈손으로 돌아가니

 

개 같은 인생 아니고요,

 

한마디로 양 같은 인생이지요!

 

 

라임향 풀풀1 by 할미꽃소녀

 

 

양이란 쉽고도 참 어설프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글쎄.. 어느 날부터 저에겐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이 되었답니다.

 

바로

1991년.

친구들과 그야말로

아무 생각 없이

보러 간 영화 
"양들의 침묵"

The Silence of the Lambs 때문이었죠.

 

 

1988년 출간된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의 

여주인공의 입에 나방 한 마리가 붙은 

포스터를 보시면,

아하~~ 하실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

 

저의 공포영화 기피증은 아주 심해서

스스로 선택해서 본 

공포 영화도 거의 없을뿐더러

이제껏 보았다 하더라도

처음과 끝은 보았는데

중간은 두 눈을 가리고 보아

제대로 본 공포영화가 없답니다.

 

그래서 오죽하면 어렸을 때 학교에서

의무 관람으로 보았던

반공영화가(?)

공포영화로 기억될 정도니까요.

 

 

라임향 풀풀2  by 할미꽃소녀

 

얼떨결에 보게 되었지만

영화 "양들의 침묵"은 

첫 장면부터 마지막까지

한눈팔지 않고

아주 집중하고 보았답니다.

 

두 주인공,

조디 포스터와

앤소니 홉킨스의 연기는 물론

압도적으로 인상적이었지만

 

머리에 남았던 것은

버펄로 빌 Buffalo Bill이라는

(버펄로 윙 치킨 아니고요)

연쇄살인범이 던져준

공포였지요.

 

목표물인 여성을 납치하여

살해하고 그 생 피부를 벗겨

피범벅 옷을

만드는 그 장면을 상상해보세요.

사이코패스의 기행이 너무나

섬뜩하고 무서워서

정말 한 번은 실수로 보았다지만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영화였답니다.

 

영화 관람 후에 우연히 도서관 서가에서

이 소설을 발견했어요.

또 쓸데없는 괜한 호기심이

발동해서 소설의 느낌은

어떨까 하면서

한번 읽었는데요,

 

눈으로 본 영화의 공포보다 

말로 표현된 영화의 임팩트가 

얼마나 컸던지

한동안 불면증에 시달렸고요,

길 걷다가 왠지 덩치 크신 여자분의

등판만 봐도

 

드르륵 드르륵

그 미친놈의 재봉틀 돌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섬찟함이 확 올라오곤 했답니다.

 

오죽하면 성경을 읽다가도

양이 나와도

피곤함이 급몰려와

바로 성경을 덮으며,

패러디 버전이라는

"양들의 메밀묵"을 외치며

공포를 달래보기도 했답니다.

 

(혹시 어떤 분들은 

초등학교 때 성적표의 화려한

양 가

양 가가가

생각나 화들짝 놀라실라나요!!!)

 

제가 성경을 열심히 읽지 못한

이유가

양이 하도 많이 나와서입니다..

 

라고

핑계를 대고 싶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임향 풀풀3 by 할미꽃소녀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들다 보니

처음 영화를 본 20대 때보다는 

조금 더 깊이 이 영화의 의미를

알게 되었지요.

 

어린 시절 양들이 도살되는 것을

보고 놀라서 양들을 구하려 했지만

방관할 수밖에 없었기에

그 양의 

울음소리는 결국 계속 마음의

트라우마로 남았다는 것,

 

내면의 슬픔이 두려움의 대상이

되면

마음은 계속 울부짖는다는 것,

하지만 성장과 성숙을 통해서

치유가 되면 그 울부짖음이 멈추고

침묵한다는 것을요.

 

그래서 이 영화는 저에게 더 이상

공포 영화가 아닌

상처와 내적 치유의 인생

회고 영화로 된 것 같아요.

 

라임향 풀풀4 by 할미꽃소녀

 

지금은 사순절 기간입니다.

아마 성경에 나오는 동물 중 

양이 1순위일 것 같아요.

(가출 1순위도 역쉬 양이네요.)

 

잃어버린 1마리의 양을 찾아

헤매는 주님의 마음이 어떨지요.

사람의 마음으로는

99마리의 양을 위해

1마리의 양을 포기할 것 같은데,

 

영원한 생명의 주인이요, 목자이신

주님은 끝까지 찾으신다 했지요.

기도 하며 산다고는 하지만 

그 목자의 마음을,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기는커녕

 

인생의 여러 계절에서 겪었던

크고 작은 일들이

마음속 상처와 아픔으로 남아

온갖 불만과 고통이 쌓여

울며 신음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요.

 

 

4월의 부활절 

오늘은

사순절의 고난을 묵상하며

부활의 기쁨을 기다리며

 

끊임없이 출렁거리는

마음의 풍랑을 다스리며

 

오라, 오라

물 위로 걸어오라는

약속의 말씀을 되새기며

 

오늘 믿고서

내 눈 밝았네

참 내 기쁨 영원하여라

 

은혜의 찬양을 부르면서

 

잠잠히

침묵하는

1마리

다.

 

광야에서

사막에서

그분을

만날 수 있기를

기다리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