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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소와 황소가 만나는 영어

 

오래전에 아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일이랍니다.

학교 숙제를 받아와서

다음날 제출하면 선생님께서

아들 답안지에 꼭 C라고 채점해서

보내시는 거예요.

 

제가 보기엔 틀린 것도 없고,

분명히 잘한 것 같아

A를 주셔야 할 것 같은데,

왜 매번 C밖에 안 주시나,

그렇게 알쏭달쏭 의문이 있었는데요.

 

(아시안을 위한 성적 A,

A for Asian이라는 말처럼 특히

아시안 학부모들의 자녀 교육열과

성적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높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학부모/ 교사 컨퍼런스 

Parent/Teacher Conferences

시즌이 오면 담임선생님과 자연스럽게

만나니 그때 여쭤봐야지

생각하고 있었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스쿨버스 기다리며

만나 알게 된 한 인도 엄마가

그 숙제의 C는 ABC의 C가 아닌

정답 Correct 라는 것을 알려줬어요.

비로소 저의 의문이 풀리면서

아하~웃었던 적이 있답니다.

 

 

워터크래스 장아찌  by 할미꽃소녀

 

인턴쉽과 이민생활 등을 합치면

영어의 나라에서 생활한 지 거의 20년이

되어가요.

 

리딩으로 눈을 굴려가며

스피킹으로 입을 단련하고

리스닝으로 귀를 훈련해서

롸이팅으로 머리를 연습시키는데도

어느날은 영어가 조금은 늘은 것 같아서

자신감이 업 되었다가도,

작은 실수가 반복되면 불편함에 기분이

어찌나 다운되는지요.

 

어찌 보면 은퇴할 나이가 다 되어서

미국 회사를 들어가 삶의 영어를

실시간 체험하고 있네요.

처음에 구인 절차도

이력서 resume 심사, 2차는 전화 인터뷰,

그리고 3차는 비디오 인터뷰까지 하길래,

제 직종은 그리 중요한 일도 아닌데도

참 까다롭게도 채용한다고 생각했어요.

 

통과가 되고 나선 와! 만세다 했는데,

이게 웬걸... 그 이후로 머리 아픈 직무교육이 

저를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오프라인의 실무교육은 다 이해 못해도

다른 사람들 눈치 보며 대강 느낌으로

따라갔는데,

 

온라인으로 잡 트레이닝을 받을 때는

밥맛도 사라지고, 끝나고 테스트도

있을까 봐 남들 다 쉬는

중간 휴식시간에도 저는 걱정으로 가득 차

컴퓨터 앞을 떠나질 못했답니다.

 

어쨌든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시작한

새로운 일이었는데,

마켓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좋은 동료들과 일하는 하루하루는

많이 재미있어졌어요.

특히 젊은 친구들이 많아서 팀은 자유롭고

늘 활기찬 분위기랍니다.

팀 동료 하고는 나이차가 거의 30년,

팀 리더 등도 저보다 아마 20년은

어릴 듯하지만요!

 

아시다시피 여기서는 나이를 물어보면

안되기 때문에 그저 짐작으로만 알지요.

미국인들은 특히 동양인들의 나이 가늠을

잘 못해요. 심지어 와인 샵에 가서 

계산하려고 하면

운전 면허증을 보여달라고 합니다.

여기선 21세 이상이 되어야 술을 살수

있거든요.

그럼 저는 이렇게 유머로 답한답니다.

 

나는 술을 사기에 넘나 충분히

늙었거든!!

I'm an old enough to buy alcohol.

 

지난 연말엔 그동안 친해진 철없는(?)

한 어린 친구가 저를 엄마처럼 편안하게

생각되었는지 아주 아주 조심스럽게 

웃으면서 

결혼은 했냐고 묻더라고요.

"짜샤, 우리 집에 너만 한 아들이 있거든,

너희 엄마도 나처럼 속 좀 끓이며 살겠다..."

저도 혼잣말로 답하며 웃었지요.

 

일하는 중에 소통하는 영어는 특히 넘 빨라서

무서워요. 

리스닝 부족과 기억력 감퇴로 인해

지시사항을 받으면 꼭 수첩에 메모를 하는데요.

메모하지 않으면 정말 첫말과 마지막 말밖에

생각이 안 나거든요.

 

그런데 팀 리더가 가끔은 지시사항을

하고 나면 마지막에 피어리어드  Period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지시사항을 적고 나선

꾹 마침표를 동그랗게 찍었습니다.

속으론 뭐야, 왜 자꾸 마침표를

찍으라는 거야 하면서요.

그러다 나중에 영어공부를 하면서

이 말은 앞말을 강조하는 의미란 것도

알게 되었지요.

 

 

 

 

지난 금요일 설날을 잘 보내고

토요일 아침에 출근해서는 설 인사로

시작했는데요.

 

한국음식 불고기, 김치만 들어봤지?

설날엔 우린 말이야, 건강식 떡국 Rice cake

이란 걸 먹는다. 내가 직접 담근 김치랑

먹으면 완전 찰떡궁합이야.

설날에 한국에선 보름달 보면 소원도 

이루어진다고하니,

하루 늦었지만

너희들도 오늘 밤에 달 한번 쳐다보고

노력해봐... 등등등 말이죠.

 

책상에 앉아 외워서 익힌 영어가 때로는

위험하다는 것(?)을 알기에, 

한마디라도 신중하게 대답하자,

아무리 급해도 일이 바빠도

꼭 표준 영어를(?) 구사하리라

다짐하지만,

불쑥불쑥 나오는 수다는 

삼천포 영어나라로 빠지기 일쑤지요.

 

그렇게 씩씩하게 대화를 이어가던 중

한 동료가

오~~ 나도 알아,

너희는 음력 Lunar New Year

달력 있지.

 

근데 올해는 무슨 띠냐? 묻는 거예요.

 

저는 자신 있게

음 , 카우 cow 지

그랬더니 그 친구가 

뭐라고? 캬우(여기 친구들은 카우보다는

캬우에 가깝게 발음한답니다.)

 

아무리 저의 발음이 후지다지만,

뭐야 이 쉬운 한 단어를 못 알아듣다니.

속으로 저는 "암소 모르냐 말이다"하면서

무 무 캬우 moo moo cow 흉내를 내었어요.

(미국 소들은 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암튼 무 무 한답니다,

 

미국 소들아, 제주 월동 무 좀 먹어봥,

꿀맛이당!)

 

 제주 월동 무

 

그랬더니 그 친구가

오~~ 황소!

Oh, Ox! 하네요.

 

소는 소인데

황소라고 대답했어야 하는데

젖소라고 했으니

웃겼나 봅니다.

 

불고기, 계란찜, 적상추 그리고 김치 by 할미꽃소녀

 

 

팀원들과 아침 웃음으로 잘 마무리는 했지만

제 얼굴은 당근이 되어버렸지요.

그리곤

마음속으로는 이렇게 다짐했답니다.

 

젖소, 황소, 물소, 들소...

웬 소들이 왜 이리 많아,

올해는 쫌 헷갈렸다만, 내년엔 두고 봐라.

 

2022년엔 호랑이 해니 실수할 일 없당.

호랑이는

젊든 늙든 그냥 호랭이거든,

암소든 수소든

곶감을 달라든, 떡을 달라든

동물원에 있든 정글에 있든

호랭이란 말이다.

고양이 털에 줄 긋는다고

호랭이 아니란 말이다.

 

오늘도 어쨌든 호랭이 영어로 앞날을

대비하며 연습한답니다.

 

누군가 여러분에게

2021년 올해의 동물을

묻는다면

 

바람난 젖소 아닙니다.

 

고급 영어를(?) 구사해보세요

황소예요.

피어리어드.

Ox. Peri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