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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을 시작하며 부르는 이름

내 것이지만,

내 것이 아닌 것

한 가지만 대표로 꼽으라면

 

바로 이름인 것 같아요.

내 이름이지만 늘 다른 사람이 

불러주니까요.

 

오~~ 그런데 돈도 자식도 이름과

공통점이 있는 것 같네요.

돈은 그저 잠시 내 손을 거쳐서

어느새

손가락 사이로 다 빠져나갑니다.

 

자식도 내 것처럼 애지중지 기르지만

키워놓고 보면 아주 낯선 향기가

난다니까요.

 

오늘은 라벤더 향기로라도 위로받으세요.

꽃말은 침묵, 불신, 나에게 대답하세요...

 

 

 

 

라벤더1 taken by 할미꽃소녀

 

 

 

 

내 것임에도

내가 선택하지 못하고

붙여진 이 이름 때문에

사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불만이 많았어요.

 

아주 오래전 명작 드라마

<아들과 딸> 보면서 많이 울었어요.

쌍둥이 주인공의 딸 이름이

후남이잖아요.
아들은 귀남이고요.


이름 뒷글자에 사내 남
자로 끝나는 딸들은

다들 아픔이 좀 있답니다.

 

한자로는 맑은 남자라는 뜻인

컨추리풍 냄새 물씬나는
순남이라는
이름 때문에
초딩때 늘 순댓국이라는

별명을 달고 살았거든요.

(예전 직장 다닐 때 과장님은

업그레이드 시켜주신건지

자꾸 남순 씨로 거꾸로 부르시더라요).😅

 

주변의 친구나 지인들 중엔

이쁘고 멋진 이름을 가지고 있어서

부럽더라고요.

 

거의 60여 년 전에 지은 이름일 텐데도

어쩜 이렇게 시대를 앞서서 지었을까

"어머님이 누구니?"

그 센스가 놀랍습니다.

 

지원, 혜성, 신미, 화연

정원, 지유, 하준, 민서

이름만 들어도 쿨한 친구들의 매력이

철철 넘쳐요.

 

 

 

 

 

라벤더2 taken by 할미꽃소녀

 

 

 

영어 한글로도 그뤠잇~~인

리나, 수지, 로빈, 요한

 

요즘 느낌 충만한

성빈, 루아

 

성경 속 인물 이름

노아, 해나, 솔로몬, 요한

 

계절을 닮은 이름

7월 줄라이 July,

여름 섬머 Summer

한글 이름은 장미이고

영어로는 로즈라고 불리는

교회 권사님도 계시니,

이름 속에 바람과 향기,

순수한 자연이 느껴져요.

 

그런가 하면 

동동주 한 잔을 연상케 하는 동주,

옛스러운 느낌으로

할멈 이름 같은 대학 동창 은자도

(따뜻한 친구야 오늘 미안😅),

할배 이름 같은 초딩 동창 응삼이도

(응팔이 보다는 그래도 나은 것 같은뎅😂)

있답니다.

 

영어 이름도 마찬가지예요.

지금이나 예전이나 변함없이

사랑받는 무난한 이름이 있는가 하면

영희, 미자, 철수, 만수 느낌처럼

매리 Mary, 도로시 Dorothy

도널드 Donard, 아써 Arthur 같이

옛 향기가 풀풀 나는 이름을 가진

동료들도 주변에 있어요.

 

 

 

 

봄풍경1 taken by 할미꽃소녀

 

 

 

젤 가까운 가족 이름을 볼까요?

 

작은 잎사귀, 소엽이라는 이름도 

저는 좋은데

굳이 시영으로 이름을 바꾼

언니도 있고요.

 

12월 24일 밤에 태어나

"예수님의 은혜"라는 뜻을 가진

이쁜 숙녀 조카 예은이도 있고요,

 

요, 귀염 대빵 스노우 공주님은

누굴까요?
쉽게 보여줄 수 없어용
~~

 

 

 

 

하율이1 taken by 조카 한종이

 

 

 

 

짜잔!

타-다! Ta-da!

왈라! Voila!

 

작년에 결혼한 한국의 조카에게

새로운 가족이 생겼지요.

100일 된 하율이에요.

저도 아직은 사진으로만

만났는데,

"하나님의 율법"이라는

귀한 뜻을 갖고 있답니다.

애기와 찰떡인 흰 레이스 달린

순면 드레스도

예술이네요.

 

 

 

하율이2 taken by 조카 한종이

 

 

 

일할 때 달고 있는 제 이름표를 보면서

미국 친구들은

 

순남을 쑨남Sunnam 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보통은 앞 대가리만 따서 

쑤 Su라고 부른답니다.

 발음이 꼬인 어떤 친구들은

장난으로 쓰나미로도 불러대니🤐

지금은 아예

소니아 Sonia로 바꿔버렸답니다.

 

제 남편 이름은 영훈인데

줄여서 다들 영 Young이라고 부르니,

60이 코앞인데도 늘

젊은 오빠 Young guy 대접을 받네요.

 

부르기도 쉽고

기억하기도 좋다면야

태어날 때부터 받은 이름을

그대로 지키는 것이 좋겠지만

실지로 이곳 생활을 하다 보면

한글 발음 때문에 불편한 점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제 아이들 서영이와 상현이도

학교 다닐 때

써영, 쑤영, 써이,

쌩현, 쌍현,

이렇게 제각각 불러대니

지금은 소피아로, 쌩으로

아예 공식 이름을 바꿨답니다.

 

요즘엔 유니크하면서도 

중성적인 느낌의 이름이 

트렌드라고 하니

영어 이름에 대해선 다음 기회에

또 한 번 쓰고 싶네요.

 

 

 

 

 

봄풍경2 taken by 할미꽃소녀

 

 

 

힘들고 지칠 때

가사 따뜻한 이 팝송과 함께

부르고 싶은 이름이

있으신가요?

 

 

 

When you're down and troubled

당신이 우울하고 힘들 때

 

And you need some love and care

사랑과 관심이 필요할 때

 

And nothing, nothing is going right

아무것도 제대로 되는 일이 없을 때

 

Close your eyes and think of me

눈을 감고 나를 생각해 보세요

 

And soon I wille be there

그러면 내가 곧 거기에 갈게요

 

To brighten up even your darkest night

칠흑 같은 밤조차 밝혀주려고

 

You just call out my name

그냥 내 이름을 불러요

 

and you know wherever I am

그러면 내가 어디에 있든지

 

I'll come running, to see you again

당신을 보려고 달려갈게요

 

Winter,

spring,

summer or fall

겨울이든

봄이든

여름이든

가을이든

 

All you have to do is call

그냥 내 이름만 불러요

 

And I'll be there

그러면 내가 갈게요

 

You've got a friend

당신에겐 친구가 있잖아요

 

 

<You've got a friend 

by Carole King>

 

 

 

 

봄풍경3 taken by 할미꽃소녀

 

 

 

365일 진심으로 이름 대접받는 분이

여기 있어요.

 

제가 어렸을 때 엄마는

전화를 받으실 때면 친구들에게

나, 진심이야...로 꼭 시작하셨죠.

 

그 옛날 무남독녀 외동딸로 태어나,

얼마나 귀하게 컸는지

중학교 때까지 학교에 업혀

다니셨다네요.

 

워킹맘인 저를 대신해서 제 딸아이의

초등학교 행사 때

주로 참석하셨는데요,

 

학교 운동회 때에도 어김없이

나풀거리는 롱 스커트를 입고 오셔서

운동장 흙먼지를 다 쓸어 담으시곤 하는

늘 눈에 튀는 복장 때문에

딸 친구들이 엽기 할머니라고

놀린다고 딸이 운 적도 있답니다.

 

미국 오셨다 한국 가실 때

무용반 엄마들 선물로 줘야 한다고 해서

지갑을 털어 털어

립스틱 50개를 사드려도

모자란다고 하셨던

진심 여사님.

 

 

 

 

봄풍경4 taken by 할미꽃소녀

 

 

 

87세임에도 아직도 펄펄

날아다니시지만

다행히(?) 디지털에는 약하셔서

블로그는 말씀드렸어도 모르시고,

와이파이가 없으니

옆 집 벽에 붙지 않으면

이 글은 절대 못 보실걸요.

 

5월엔 어머니날도 있으니

오늘은 ㅎㅎ여기까지만.😎

 

고등학생 때는

젊은 엄마가 좋았는데

이제 나이가 들고 보니

그저 순리대로 나이 드는

엄마 모습이 진심으로 좋은데,

 

테크놀로지의 발전으로

나날이 젊어져

저보다도 눈밑 주름도

입가 팔자 주름도 없는

엄마의 사진이

오히려 낯설기만 합니다.

 

오랜만에 한국 방문해서
못 알아보면 어떡해요.

시간을 넘 돌리려고 애쓰지 마세요.

 

 

 

 

봄풍경5 taken by 할미꽃소녀

 

 

 

새로운 이름을 갖고 싶으신가요?

그래도 요즘은 닉네임으로
맘껏
자랑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이미지도 선택할 수

있어요.

 

나이 든 할미꽃이 되어가지만

마음만은 소녀 갬성으로 지은

저 할미꽃소녀처럼요~~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계절이 바뀔수록

새로운 이름을 갖고 싶은

생각은 사라지고

순댓국이든, 순두부든

그저 제 이름을 따뜻하게

불러줄 이들이 그립네요.

 

화려한 봄이 이어지는 5월엔

잊고 있던 이름도

기억해보시고,

새로운 가족이 된 이름도

불러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