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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아시안으로 당당하고 안전하게 살아가기

서향인 아파트의 큰 창문으로

오후의 햇살이 따뜻하게 비추네요.

어젯밤 친구들과 저녁 먹으러 나갔던

아들을 기다리며

5월과 어울리는 과일 요거트를

만듭니다.

 

 

과일 요거트1 by 할미꽃소녀

 

15분 만에 완성된 비주얼이네요.

정확하게 말하면 마켓 가서 제가 좋아하는

시기스 Siggi's 요거트와

신선한 과일만 사다가

흐르는 물에 과일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 뒤

쬐그맣게 잘라서

부드러운 요거트위에

싹싹 올려만 놓은 것이지만요.

😁😁😁😁😁

 

 

과일 요거트2 by 할미꽃소녀

 

요즘 핫하다는 스무디 볼을

아이들과 카페에서 먹은 적이 있었거든요.

과일은 별것 아니었는데도

가격이 무척 비싸서

아~~ 이건 그냥 카페 분위기로 먹는 거구나..

그렇게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홉 번은 카페에서 즐기더라도

한 번쯤은 집에서 만들면

신선한 재료 때문에 기분도 업되고

원하는 재료만 넣어서

내 맘대로 내 멋대로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지요.

 

 

과일 요거트3 by 할미꽃소녀

 

대학교 파이널 시험까지 끝나고

학기가 마무리되어 그런지

아들의 완전 자유가 시작되었네요.

외출한 아들이

하루가 지나 텍스트를 하더라고요.

참 빨리도 연락하죠?

 

피곤한 얼굴로 집에 온 아들에게

이건 엄마의 특별 기도를 담아

대단히 머리 쓰며(?) 만든 디저트라고

서론 엄청 길게 과대 포장을 하면서

아들 랩탑 위에

빛나는 작품을 올려놔 주었답니당~~~

 

 

과일 요거트4 by 할미꽃소녀

 

친구네 집에서 열나게 게임하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나 봐요.

텍스트 한 줄이라도 좀 해줬으면

걱정을 덜했을 텐데,

암튼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은 아랑곳없어요.

어쨌든 집에 잘 들어왔으니

다행이지만요.

 

네발 달린 짐승은 위험하다 싶으면

묶어두기라도 할 텐데

두발 달린 자녀는 묶어둘 수도 없고🙄

어리면 어린 대로 걱정이 되고

크면 큰대로

성인이니 간섭을 할 수가 없지요.

 

 

과일 요거트5 by 할미꽃소녀

 

한국 뉴스도 숭숭한 데다가,

미국 뉴스에서도

아시안 혐오범죄 얘기가 자주 나오다 보니,

아들이 꽤 늦은 시간까지 집에

오지 않으면 걱정이 많이 되더라고요.

 

아시안이라는 이유만으로 불쾌한 욕을 듣거나,

외모를 비하당하기도 하고,

심지어 신체적인 폭행을 당했다는
기사를
읽고 나면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미움과 폭력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서글프기도 하고

넘 무섭기까지 합니다.

누구든 평등하게 존중받을

권리가 있는데도 말이죠.

 

지난 3월엔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한 백인 남성이 두 곳의 마사지샵에 들어가

무차별 총격을 가해서

한인 등 아시아계 여성 6명을 포함

총 8명이 숨지는 사건이 벌어져

많은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주었어요.

 

 

과일 요거트6 by 할미꽃소녀

 

미국에서 아시안에 대한 인종차별 및

혐오범죄를 연구하는

비영리단체인 아시아&태평양계(AAPI)의

보고서에 의하면

특히 코비드 19 확산 이후에

아시안에 대한 혐오범죄가 급증해서,

지난 1년간 미국에서 아시안을 대상으로

일어난 관련 사건이

약 4천여 건에 달한다고 해요.

 

이 가운데 약 70%가 언어폭력,

약 20%가 따돌림,

약 12% 정도가 물리적 폭력이 발생하는 등,

이외에도 복합적인 행동 등이

있었다고 합니다.

 

발생장소는 사업장이 약 36%,

길거리 약 26%, 온라인 약 11%,

공원 및 기타 대중교통 등이 각각 10%

이상이라고 하네요.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다는 결과예요.

 

또 2020년 미국 16개 대도시 경찰의

분석 자료에도

아시안 혐오범죄가 그전보다 150% 이상

증가했다고 하네요.

특히 약 68%가

노약자나 여성이 타깃이 되었다고 해요.

 

묻지마식 혐오나 범죄,

노인 및 여성 등을 폭행하는 약자 공격형 범죄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광범위하게

인종 차별적 언어 비하 등이

발생했답니다.

 

과일 요거트7 by 할미꽃소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내 다양한

사회 기관 및 개인은

아시안을 타깃으로 한 혐오 범죄를

규탄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있기도 했는데요.

 

뉴욕과 뉴저지의 시민참여센터 등에서도

아시안 혐오범죄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며

적절한 대응방법에 대한 안내문이 있기에

저도 꼼꼼히 읽어보았어요.

 

상대방의 반응에는 가능한 차분히 응답하고,

혹시 상대방이 술이나 마약에 취해있는

상황이어서 지나치게 폭력성을 띄고 있다면

대화가 불가능하므로,

안전을 위해서는 무시하며 그 자리를 피하고

관련 당국에 신고하라고 하더라고요.

 

즉, 언제든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거죠.

온라인에서도 공격적인 댓글이 있다면

마찬가지로 관리자에게 신고해야 하고요.

만약 학교에서 인종차별을 받았다면

교사 및 카운슬러에게 알려야 하고요.

 

딸기& 레몬 주스1 by 할미꽃소녀

 

사실 미국은 아메리칸드림과

아메리칸 딜레마가 공존하는 곳이지요.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의 땅이지만

동시에 여러 인종 간의 갈등이

큰 숙제로 남아있지요.

 

제가 생활하는 이곳 뉴저지에서도

한인들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향상되었지만,

정치나 문화적 파워는 여전히 약한 것이

현실이다 보니 불편한 일을 당해도

약자이기에 보호받지 못하기도 하더라고요.

 

저 같은 이민 1세대는 언어적인 약점 때문에

미국 사회에 깊이 뿌리내기기 힘들고요.

다행히

우리의 많은 한인 자녀들은 미국을 잘 알고

잘 적응하고 있으니

앞으로 젊은 세대들이 미국 주류 사회에서

보다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마음도 모으고

뒤에서 서포트해주는 것이

저희 이민 1세대의 절실한 과제이지요.

 

분열과 증오를 가져온 상황에 대한

올바른 판단은 물론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정에서부터 건강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아들과 식탁에 앉으면

최근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고 있습니다.

 

또한 나만, 내 자녀만 피해 가면 된다는

소극적인 대처법이 아니라

당당하게 우리의 의견을 제시하면서,

한인사회 내 많은 기관들이 연합하여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작은 방법이 무엇일까 깊이 생각해보기도 하고요.

 

 

딸기& 레몬 주스2 by 할미꽃소녀

 

 

제가 일하는 곳은 직장 내 차별 금지에 대한

철저한 직무교육이 이루어지고 있고,

다들 서로가 조심하고 배려하는 분위기여서

소수인종으로 제가 당한 차별은 없어요.

 

기분 언짢은 경우라면

쇼핑몰이나 식당에 갔을 때

아주 가끔은

저의 이상한 영어 발음을 흉내 내거나,

분명히 알아듣고도 영어 억양 때문에

못 알아들은 척하는

다소 무례한 종업원 들의 태도 때문이었지요.

 

이러한 상황이 느껴지면

전에는 주눅이 들어

제 자신을 부끄러워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내 억양이 어때서?

So what?

오히려 당당함을 갖고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또박또박 표현하려고 노력한답니다.

 

 

딸기 & 레몬 주스3 by 할미꽃소녀

 

미국 내 활발한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점점 안정되면서

맨해튼의 미술관 및

공연장도 리오픈하고 있어요.

예전처럼 자유로운 관람은 아니고

시간별로 인원을 제한하며

온라인 예약을 미리 해야 하는 등

아직 불편함은 있어요.

 

최근 맨해튼은 관광산업의

빠른 회복을 위해

관광객에게도 무료 백신 접종을

해주겠다고 발표했답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아이들과 함께

뉴욕의 맨해튼에 나가서

전시와 공연을 즐겨 보았거든요.

 

박물관도 미술관도

다시 오랜만에 방문하고 싶은데

길가다가도 공원에서도

이유 없이 괴롭히는 이런 묻지마폭행때문에

아직은 망설이고 조심하고 있답니다.

 

딸기 & 레몬 주스4 by 할미꽃소녀

 

오늘은 유머 대신

교과서 같은 안전 교육만 했네요.

아시안으로서,

당당한 한인으로서,

제가 숨 쉬고 발 붙이고 있는 이 사회가

더욱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요.

 

딸기 & 레몬 주스5 by 할미꽃소녀

 

딸기와 레몬으로 만든 상큼한 주스

한 병을 가방에 넣고서

5월의 햇살과 바람 아래

맨해튼을 편안하게 한번 걷고 싶네요.

 

잊고 있었던 거리 음식도 맘껏 사 먹으며,

맨해튼의 풍경과

사람 사는 냄새까지도

사진으로 담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