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저녁에 소고기를 사려고
잠깐 한인마트에 들렀어요.
미국 마트에는 스테이크용 고기는
잔뜩 있어도 한국식으로 얇게 썰은
불고기감이 없거든요.
마트를 돌아 나오다 우연히
등푸른 생선들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얼음침대에 누워있는 것이 보이더라고요.
넘 싱싱해 보여서
그중에서
한 마리를 골랐답니다.
이력사항을 잠깐 볼까요...
성명 : 삼치 Mackerel
출신학교 : 노르웨이 Norway
나이와 성별 : 모름
키와 몸무게 : 모름, 모름
이런 건 요새 물어보면 안돼요.
능력 우선으로 선발해야 하거든요.
특징 : 고등어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
고등어, 꽁치와 함께 등푸른 버디
오메가3가 풍부한 능력만큼
두뇌 건강 증진에 뛰어난 효능이 있고
맛도 담백하고 살이 부드러워
구이나 조림, 찜, 탕 등
다양하게 먹을 수 있대요.
😊😊😊
집으로 잘 뫼셔는 왔는데,
시간은 벌써 밤 9시가 넘으니
급 피곤함이 몰려오고
갑자기 생선 손질해서 해 먹기가
귀찮아졌답니다.
화장실 갈 때 마음하고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더니
그 말 딱 맞아요.
생선은 냉동이 아닌
생물을 구입했다면 가능한 한 빨리 조리해먹어야
상하지도 않고
싱싱함도 좋은데요.
맘처럼 몸이 그렇게 따라주질 않네요.
근데 요 녀석 입에 주목해보세요.
입이 쫌 거칠고 싸나와 보여요.
얘도 저처럼 평상시 할 말이
많은가 봅니다.
일단 모태솔로 노란 점박이 삼치님을
냉장고로 옮겨놔 드렸답니다...
입 다물라, 그 입 다물라...
오늘 밤은 입 다물고 편안히 주무세요.
여보쉐요.
거기 누구 없쇼😁
여기요, 삼치 한 마리 있어요.
롱~~ 롱~~ 긴 요 녀석을 냉장고에서 꺼냈어요.
어제는 님이었는데
오늘은 놈이 되었네요.
어떻게 해 먹을까 고민하다
오븐에 구워보기로 했지요.
우선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후
초밥용 긴 칼로
날씬한 몸통에 칼집을 내고
소금과 후추로 기본 시즈닝만 했어요.
삼치 살 안에 전분가루를 발라주면
생선 자체의 수분과 기름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줘서
생선 맛이 더 좋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삼치를 반으로 가르지 않았기 때문에
생선 껍질의 바삭함을 더하기 위해
삼치 위에만 튀김가루를 살짝 묻힌 후
호일로 싸서 오븐에 넣었어요.
10분 지나니 삼치 익는 냄새가 솔솔 나요.
겉이 골든 브라운 정도의 색감이 날 때까지
약 30분간 구웠어요.
매 순간
업 앤 다운되는
변덕스러운 이 마음만 내려놓으면 되요.
맛있는 것을 먹으려면
기다릴 줄도 아는
인내심을 유지한 채
생선 구워지는 시간 동안 만이라도
마음의 평화를 지키며
두 줄 가사를 얹으렵니다.
평화, 평화로다
하늘 위에서 내려오네
<내 영혼이 그윽히 깊은 데서>
온도계로
구워진 생선의 내부 온도를 확인해보니 굿~~
혹시 심심하게 마리네이드 되었을지도 모르니
고추냉이 풀어 파간장도 준비해놨어요.
요리는 오븐이 척척 알아서 해주니
생각보다는 단순한 요리과정이랍니다.
잘 구워진 삼치는 기대한 것보다도
생선살이 더 부드러웠고,
슬라이스 해놓은 라임을 쪽 뿌려주니
생선 특유의 비린내도 잘 잡아주더라고요.
삼치 위에 얹은 파와 파슬리
동서양의 만남이라 할까요.
이 두 재료는 색깔은 같을 뿐
모양과 향기, 분위기는 다르죠.
보통 파와 파슬리를 음식 위에
장식으로 얹을 때
보통 두 가지를 동시에
같이 쓰지는 않는 편이에요.
이날은 그냥 냉장고에 있으니
색감을 내고자
같이 올려본 거예요.
집에 퍼진 생선 냄새를 잡으려고
분위기 있게 촛불도 켜놓았어요.
촛불까지 더하니
오~~ 분위기도 굿!
핑크빛 무드가 되었어요.
한 마리가 세 식구를 먹여 살려요.
쩝쩝대면서 잘 먹겠습니다..
생선 가시도 발라주면서요.
제 마음속 가시도 이렇게 보듬어주면
앵그리 맘도
나이스 맘으로
변신할 수 있을까요?
냉장고 속 맛있는 삼치를 먹고 나니
냉동실 속 조기도 생각났어요.
그래서 다음 날 저녁도
다시 시푸드 스트레이트~
시푸드 고고~~
냉동실에 조무래기 같은 것들이
있어요.
참조기축구팀이라
8마리만 모였어요.
하지만 이래뵈도
예로부터 제사와 전통혼례에는
빠져서는 안되는 귀하고 족보있는
가문의 생선이랍니다.
성질이 따뜻해서 몸이 찬 사람의
위기능을 강화시켜주어 식욕을 돋구어준대요.
사람의 기를 돕는 생선이라고해서
조기라고 부른다는 주장도 있대요.
흐르는 물에 조기를 해동시킨 후
깨끗이 손질하여
도마 위에 올려놔보니
조기와 도마가 잘 어울리네요.
몇 년 전 선물 받은 이 도마에는
숲 속 오두막집이 있고
그 앞엔 강물이 흐르고 있어요.
이번엔 마음속 스트레스도 팍 날릴 겸
팬에서 튀겨보려고요.
건강을 생각하면 오븐 구이가 좋은데
한 번씩은 이렇게 튀김이 먹고 싶답니다.
사방팔방 튀김 기름이 다 튀어도요.
까짓것 청소밖에 더하겠어요.
주부 30년 차는 두려울 것이 없어요.
다만 귀찮을 뿐이죠.
튀김가루 살짝 입힌 후
넉넉한 기름을 붓고 중불에서
타지는 않도록 불조절을 해가며
지지듯이 살짝 튀겨보았어요.
냉장고에 늘어진 파도 피곤한 일이 많으신지
시들시들 기운이 없길래
반으로 썰은 뒤
부침가루를 풀어서
당근과 같이 섞어 부쳐버렸답니다.
노릇노릇한 조기 때깔처럼
바삭바삭한 느낌은
왠지 뼈까지 다 씹어먹을 수 있겠더라고요.
음식을 세팅하고 먹어보니
생선 비린 냄새도 별로 안 나고
간도 짜지 않고 맛있었어요.
온순한 삼치구이로
약간은 터프한 조기 튀김으로
맛있는 이틀이 되었어요.
발라진 생선의 뼈와 가시 등
뒷 쓰레기를 비닐에 꼼꼼히 싸서 버렸는데도
왠지 집안에는
생선 냄새가 쉽게 가시질 않는 것 같네요.
창문을 열어 환기도 시키고
촛불도 오래 켜놨어도요.
아마 생선 냄새는
미움의 언어를 닮았나 봐요.
미움과 섭섭함의 속성은
돌덩이보다도 더 무거워
마음속으로 퐁당 들어가는 순간
가장 깊은 곳으로 가라앉아
앙금이 되어버린다고 하죠.
반면에
사랑과 행복의 마법 언어는
공기보다도 더 가벼워
귀로 눈으로 듣는 순간
마음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연기처럼 순식간에 날아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누군가로부터 받은 감사의 마음은
그 향기를 제대로 음미하기도 전에
마음 밖으로
순간 이동을 해버리는데,
섭섭하고 불편한 마음은
마음속 우물 밑바닥에 그대로
남아있으니
잊으려 해도 자꾸 생각나고
잊고 있었던 것 같으면서도
시도 때도 없이 스멀스멀
가슴 위로 올라오나 봅니다.
생선 냄새처럼
오랫동안 가시지 않은
미움의 쓴 뿌리가 있는 것은
아닌지
제 맘 속을 들여다봅니다.
듣고 싶은 말만 듣고
하고 싶은 말만 하며
살 수는 없어요.
하지만
섭섭한 마음은
가능한 빨리 잊으려 노력하고
감사한 마음은
할 수만 있다면 오래도록 간직하려
노력해야겠지요.
이틀 연속 생선을 꿀꺼덕 낚시했으니
내 안에 가시 없다~~
그렇게 시침 뚝 해봤자
출렁출렁 뱃살 따라서
뱃속에 강물이 완전 넘실넘실거려요.
강 얘기만 나왔다 하면
저는 이 옛날 노래가 1순위로 생각나더라고요.
강물은 흘러갑니다.
제3한강교 밑을
당신과 나의 꿈을 싣고서
마음을 싣고서
젊음은 피어나는 꽃처럼
이 밤을 맴돌다가
새처럼 바람처럼 물처럼
흘러만 갑니다.
<혜은이 제3한강교>
노래도 한번 신나게 불렀으니
입가심은
며칠 전 딸에게 선물 받은
뉴욕 시티 출신
뚱뚱이 마카롱
뚱카롱으로 하렵니다.
그린티와 초코,
블루베리, 블랙베리,스트로베리 등
베리 친구들
베리 굿이에요.
언젠가
우리는 다 넓은 바다로 나갈 수 있겠지요.
강물이 흘러 흘러가면요.
다시
그리운 이들을
바다에서 만날 수도 있겠지요.
생선 냄새는 싹 날려버리듯이
맘 속 오래된 돌덩이들도
이참에 좀
부셔버리고요.😅
오늘은
갬성 충만 대신
뱃살 충만으로🐟
강 같은 평화가 흘러넘치면
좋겠답니다.
여러분과
저의 꿈을 싣고서,
마음을 싣고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