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안녕은
하이 Hi! 가 아니라
바이 Bye~랍니다.
스무 살 아들 쌩도령이 드디어 봇짐을 쌌어요.
대학 근처의 새로운 곳으로 독립을 한답니다.
방 한 칸을 구했거든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서
1년간 기숙사 생활을 하다가
학기가 끝나고 코로나 때문에
작년 5월 말에 집으로 돌아왔었으니,
약 1년을 같이 살았네요.
아들이 좋아하는 떡을 냉동실에서 꺼내
떡볶이를 준비하는데
마음 한편이 아려옵니다.
학기는 9월 초에 시작인데
약 3달을 앞서 집을 떠나는 것이거든요.
서로 함께 지내는 것이
더 이상 한계상황이라는 결론에 도달해서요.
그런 연유 때문인지
아픔이 느껴져요.
9월까지 인내하며 존중하며 지냈더라면
지금보다는 좀 마음 편한 이별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요.
짧다면 짧은 시간,
길다면 긴 1년을 같이 보내며
즐거운 일들도 많긴 했어요.
하지만
지난 한 달간은 하루도 조용할 날 없이
치열하게
둘이서 참 많이도 싸웠답니다.
매운맛 떡볶이를 맛보면서
눈물이 찔끔...
눈물은 나와도
떡볶이는 정답,
왜 이리 맛있는 거죠.
떡볶이가 너무 맛있어서 흘리는 눈물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합니다.
마리네이드 해놓은
치킨 커틀릿을 오븐에 구워서
밥을 채려 주었어요.
밥 위에 뿌려진 김가루가
제 마음처럼 산만해요.
매운맛 다스릴 여름 포도와 키위도 놓고
서로의 머리도 차분하게 식혀줄
아이스와인도 한병 놓고
함께 기도하고 저녁을 먹었네요.
미국에서는 타주로도 대학을 많이 가고,
또 같은 주내에서 진학을 한다 해도 통학 때문에
기숙사로 들어가기 때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집을 떠나는 경우가 많답니다.
또 대학을 졸업하면
미국 내 어디로도 이동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고등학교를 졸업한다는 것은
사실
부모와 떠나서 독립된 어른으로
살아간다는 의미지요.
아들과 함께 살면서
다른 것은 제쳐놓고
가장 힘들었던 것은 역시
서로 다른 라이프 스타일이었어요.
어찌 보면 소소한 그런 다름에서 시작된 갈등이
서로의 마음을 참 많이도 상하게 했지요.
새벽 출근인 저와 남편은 밤에 일찍 쉬어야 하고,
그것도 숙면을 취해야 하는데,
아들의 생활은 밤낮이 완전 바뀌었어요.
특히 지난달 대학교 종강이후에는
생활이 더 엉망이 되었어요.
저와 남편이 일하러 나가는 새벽까지 깨어있고
일 마치고 집에 오면 늦은 오후에나
잠에서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더라고요.
한밤중엔 컴퓨터 게임이 어찌나 신나는지
소리도 지르고 친구들과 통화도 하고
저녁 모임과 약속은 어찌나도 많은지요.
스므살이니 놀 곳도 많고 갈 곳도 많고
바쁘시더라고요.
새벽 2시고 3시고
냉장고를 열었다 닫았다 밥을 먹기도 하고,
마이크로 웨이브 오븐을 돌렸다 열었다,
아침에 출근하려고 보면
식탁은 항상 밤새 먹고 남은 음식과 음료수로
어질러져있고,
화장실엔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옷과 양말로 정신이 없어요.
제가 쉬는 날 낮시간에 요리한다고 부스럭거리면
아들은 잠에 방해된다며 신경질을 부리니
저도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가 없더라고요.
잘 아실 거예요.
성인 된 자녀와 함께
나이 든 부모와 함께
서로의 다름을 맞추어 사는 삶이
그리 만만치는 않다는 것을요.
스토리지에 1년간 쌓아놓은 짐들 속에서
아들이 가져갈 물건들을 꺼내다 보니
2006년 유치원의 짧은 기록이 남아있어요.
이곳에 아들과 저의 옛시간이 담겨있네요.
얼굴에 검정 분칠을 하고 학교에 간
재밌는 수요일의 기억이 나요.
한국에서 영어동화를 가르친 경험이 있다 보니
1일 교사로 봉사하며 즐거운 수업을 한
날도 있네요.
쌩슈타인이 되어 실험에 신이 나기도 했고요.
혼자서 머리에 무스를 바르고 학교에 간다고 해서
저를 웃긴 날도 있었고요.
함께 지내는 시간 동안
엄마로서
시간과 물질을 사용하는 법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되요.
어디에서 누구와 또 함께 공동생활을
하더라도 상대방을 존중하는 법을
길러주지 못한 것도 아쉬움이고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세상과 부딪치며
본인이 배워갈 수 밖에요.
저의 마음은 아파도
이제는 쿨하게 안녕을 받아들이고
오늘은 파티를 하렵니다.
아모르파티요.
아(들) 모르(게) 하는 파티요.😁
빈 책상과 침대를 보면
허전함과 짠함이
더 밀려올려나요?😔
그럴땐
요 토끼처럼 매일매일 쑥쑥 자라는
선인장이라도 보며
마음을 달래렵니다.
분명 어른이 되었지만
제겐
아직도
아기 같기도 하고
소년 같기도 한
아들처럼 느껴져요.
그래도 집착은 버리렵니다.
그건 성숙한 사랑이 아닐테니까요.
어느 분이 말씀하신 세상을 사는 지혜처럼
남의 여자가 될 젊은 남자는 잊어버리고
집에나 남아있는(?)
늙은 남자에게
관심을 가져야겠지요.
다음주는 결혼 30주년이기도 하고
곧 6월 20일 아버지의 날 Father's Day도
다가오고 있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