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여자~를
정-말-로
귀찮게 하네.
1990년에 발표된 이 노래의
다소 파격적인 가사 때문에
당시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하더라고요.
30년이 지난 지금,
저도 이렇게 바꿔 부르고 싶어요.
아들은
엄마를 정말로 귀찮게 하네.👀
토요일 오후, 모처럼
집에서 모처럼 쉬어볼까 했는데
에구구...
무거운 몸을 이끌고
또 나갈 일이 생겼어요.
럿거스 대학
Rutgers University,
The State University of New Jersey를
다녀왔어요.
약 열흘 전에 집 떠난
쌩도령에게 연락이 왔거든요.
제가 보기엔 그다지
급하지도 않은 물건 같은데
필요하다며
갖다 달라고 하더라고요.
1766년 설립된 럿거스 대학교의
상징색은 진홍색 scarlet이에요.
빨간 바닥도
비에 촉촉 젖어있어요.
뉴저지 주립대학인 럿거스대학은
영어로는 보통 RU로 표기해요.
뉴브런스윅 New Brunswick
뉴왁 Newark
캠든 Camden이렇게
3곳의 캠퍼스가 잇는데요.
제 아들은 뉴브런즈윅
캠퍼스에 있어요.
전체 외국인 학생 중 한국인 학생의 비율도
중국과 인도에 이어서
대략 15퍼센트 정도라고 하니
꽤 많은 편이지요.
뉴왁과 캠든 캠퍼스를 합친 것보다도
뉴브런즈윅 캠퍼스가 어찌나 넓은지요,
칼리지 에비뉴 College avenue
부쉬 Bush
리빙스턴 Livingston
쿡 Cook/ 더글라스 Douglas
이렇게 4곳으로 나뉘어져 있어요.
보통 럿거스라고 하면 이 뉴브런즈윅을
의미한답니다.
학부생의 경우
약 90퍼센트의 절대다수 학생이
뉴저지 출신인데요,
제 딸도 럿거스를 졸업했으니
우리 집은 럿거스 패밀리네요.
아들은 칼리지 에비뉴에 있는
아너스 칼리지에서 수업을 듣는답니다.
대학 캠퍼스엔
인생의 롤 모델과 같은 분들이
지키고 계세요.
말씀해주시고 싶은 인생을 사는 지혜가
무엇인지 듣고싶네요.
옛 건물은 옛 건물대로 멋이 있겠지만
현대적이고 모던한 빨간색 건물도
학구적인 분위기를 풍기네요.
잠시 20대의 마음으로 돌아가니
둥그런 잔디언덕에서 한번
데굴데굴 굴러보고도 싶고,
셀폰 대신
하늘 보고 누워도 있고 싶네요.
흐린 날씨 탓인지
어스름해지니 아직 밤이 아닌데도
가로등이 켜졌어요.
건물 앞 주차장도 한산하고
버스정류장에 버스도 안보여요.
거리엔 학생들도 없고
기숙사 앞도 조용하고
스튜던트 센터도 닫혀있어요.
긴 여름방학이 시작되었으니까요.
대학은 항상
젊음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르죠.
6월의 캠퍼스는 좀 쓸쓸해도
여름 지나고
9월이면 대학이 예전처럼 리오픈하니
캠퍼스가 다시 시끌벅적 붐빌 거랍니다.
백신을 맞은 학생들은
기숙사로 돌아올 수 있고
대면 수업도 재개한다고
가을학기 학사일정이 벌써 발표되었거든요.
오늘만 잠시
지나간 시간을 떠올리며
욜로를 즐겨보래요.
You only live once...
캠퍼스를 한 바퀴 돌아
학교 근처에 방을 렌트한
아들에게 갔어요.
1층에 들어서니 개코인 저에겐
곰팡이 냄새가 느껴지네요.
2층으로 총총총
좁은 계단으로 올라가니
아니나 다를까...
아쉽게도 방 창문이 북향 방향이에요.
만약 다음에 방을 고를 땐
북향만 제외하고
선택하면 좋겠다
조심스럽게 한마디만 했어요.
아마 많은 부모들은 저와 같을걸요.
자녀들에게 지름길을 알려주고 싶은
조급한 마음이 있어요.
숏 컷으로 가면
돈도 시간도 체력도 절약할 수 있으니까요.
시행착오도 줄이고
불필요한 실수도 덜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자녀의 생각과 결정에 맡겨서
좋은 일이면 자부심도 가지게 되고
만약
나쁜 일이면
그것이 굿 레슨이 되어
나이가 들수록
더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는
신중한 선택을 함으로써
자녀가 성장할 수 있다는 지혜를
저도 부모의 자리에서
긴 시간 많은 후회도 하면서
늦게서야 알게 되었네요.
우편물과 함께 가져온 음식만
전해주고 뒤돌아 오려는데
왠지 아쉬워요.
비 오는 토요일이라서 그런 걸까요...
엄마는 마음이 허전한데
아들은 뱃속이 허전한가 봐요.
한식이 먹고 싶다네요.
집에 있을 때는 매일 한 끼 이상 먹었던
한국음식이
벌써 그리운 걸까요?
부침개와 빈대떡 대신
몸보신 갈비로 고고~~~
학교에서 15분 거리
청솔밭이라는 한식집에 왔어요.
딸이 대학 입학 때부터 알게 된
오래된 식당인데
손맛이 괜찮아요.
아는 분 따님도 우연히 만났어요.
세상이 넓은 것 같아도
한인 사회는 좁디좁아요.
한식집이든 한인 마켓이든
어디든 가면
꼭 아는 사람 한 명씩은 만난다니까요.
그만큼 뉴저지에 한인이
많이 살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고요.
숯불갈비 냄새가 옷에 다 배었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좋은 저녁을 먹었으니까요.
음식은
무엇을 먹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먹느냐도
중요하니까요.
아들과 헤어지고
피곤해서 빨리 집으로 오려다가
마음이 바뀌었어요.
어차피 시간이 늦은 김에
대학 밤 풍경을 한 바퀴 다시
둘러봤답니다.
불 꺼진 체육관도
다시 북적이고
스튜던트 센터도
바쁘게 돌아가고
잠자던 건물도 긴 잠에서 깨어나고
시계탑의 불도 더 환해질
젊음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어요.
이 탁자에 둘러앉아
친구들과
불금엔
차도 한잔씩 마시면
분위기 좋겠다고 했더니
누가 아재 아니랄까 봐,
영감 탱구가
분위기 탁 깨뜨리는
한마디를 던집니다.
"가운데 둥그런 불판 놓고
고기 궈먹기 딱 좋은 테이블이네"
갈비 뜯고 오시더니
머릿속에 불판 모드로
셋업 되셨나 봅니다.
갈비씨 남편님,,, 잘 보세요,
이 조명은
커피 조명이지
고기 조명이 아니라고욧...
커피와 고기 중 한 가지만 택하라면
커피가 이길까요?
아님
고기가 이길까요?
좋은 사람들과
맛난 것도 먹고
향기 좋은 커피도 마시며
험한 세상 끊이지 않는
바람 Wind 속에서도
함께 윈윈 Win Win 하며
서로가 서로를 빛내주며
살아간다면...
인생의 시간 중
가장 짧고도 화려하다는
20대의 날들을
먼 훗날
긴 시간이 지나서
이렇게
비 오는 날
뒤돌아 보아도
쓸쓸하고 아픈 추억이 아닌,
다시 한번
꼭
돌아가고픈
아름다운 시간으로
남을 수 있기를
엄마의 마음을
가로등에 담아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