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조지아주로 이주하시는 분이 계신데요.
아쉽지만
큰 화분 하나를 가지고 갈 수가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진 보고 맘에 들어
그분이 키우시던
산세베리아를
제 집으로 뫼셔왔답니다.
💚💚💚
산세베리아는 공기정화 식물로 최고라죠.
잎이 꽤 크고 길며 단단한데
반질반질 윤기도 나요.
잎만 보아도 건강함이 느껴지니
오랫동안
정성으로 키우신 것 같아요.
식물을 좋아하는 저는
일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화초들을 보는 잔잔한 기쁨이 있어요.
밥 먹으며
식탁 위 한편에 놓인 화분들을 보며
하루를 마감합니다.
가끔은 새잎이 쏘옥 나기도 하고
꽃이 피기도 하고
열매가 생기기도 하면
더 신기해서 바라보게 되죠.
밖에서 사나워진 마음이
집에 와서 바라보는 화분 하나로
한결 가라앉고 차분해지거든요.
이렇게 화분 하나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데
만약 자연을 닮은 집에서 산다면
어떨까요?
최근에
마치 자연을 그대로 담은 것 같은
아름다운 미국 집을
방문할 기회가 있어서
제 사진에 담아보았답니다.
멀리 서부 텍사스로 이주할
한인 가정의 집이었는데요.
오랫동안 정들었던 이 집을 떠나게 된다며
마지막 만찬을
나누자고 하며
초대를 해주셨어요.
많은 미국 집을 방문해 본 것은 아니지만,
저는 뉴저지 부동산법을 공부하여
리얼터 자격증도 취득한 적이 있고,
개인적으로 평소에 건축과 미술을
좋아하다 보니
전문가와 같은 안목은 없어도
초보자보다는 조금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요.
이 집은 제가 이제껏 만나본 집 중에서
굉장히 독특한 느낌을 주는 집이었어요.
우선 이 집이 지어진 시기를 보면,
1970년대쯤 지어졌다고 해요.
미국집으로는 그리 오래된 집은
아닌 편이랍니다.
미국집 가운데는
100년 이상 된 집도 많거든요.
뉴욕에 살 때는 250년 된 벽돌집도
가본 적이 있었답니다.
이 집의 구조는 오픈 플로어형의
랜치 스타일 Ranch style이었는데요.
미국 주택 형태 중 랜치 스타일이란
집 전체 1층으로 구성되어있는
일자형을 의미해요.
랜치 스타일은 단층으로 되어 있으니
실내에 계단이 없어 생활하기에도 편안하고
개조하기도 쉬운 구조랍니다.
집의 내부 구조와 외관이 주는 편안함과 함께
집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도
현관문을 열면
집안 한 중간에
마치 자연을 옮겨놓은 듯한 미니 정원을
꾸며놓은 것이랍니다.
미니 정원엔 크고 작은 건강한 식물들이
아담한 분수와 함께 있어요.
이 정원 천장 위로는
자연 채광 문이 시원하게 설치되어 있더라고요.
또 다른 장점은
집안 어디에서나 통유리된
큰 문이 있더라고요.
거실은 물론이고,
키친과 다이닝룸 앞에도요.
천장의 채광 문을 통해서도
통유리를 통해서도 언제든
드넓은 정원의 자연을 그대로
볼 수 있더라고요.
마치 건축가의 손길이 닿은 듯한 집이었고요.
전에 거주하셨던 분도
꽤 예술적인 감각이 있으셨던 것 같고요,
현재까지 거주하셨던 분도
미술을 전공하신 분이어서
집 전체가 마치 내추럴 카페처럼
감각적인 분위기가 돋보였어요.
밖은 안인 듯
안은 밖인 듯
자연이 그대로 이어져 있어서,
실내에서는 사계절 시간이 보이고
실외에서는 실내의 자연이 보이는
일체감이 느껴져요.
다이닝룸에서 보이는 숲 속 같은 정원이
차분함을 더해주고요.
통유리만 열면 마치 숲 속의 맑은 바람이
집안으로 흘러들어올 것 같답니다.
아름다운 집속에서의
저녁식사는 즐거움이
더해지더라고요.
브라운 라이스의 장어덮밥과
신선한 아보카도 샐러드가
조화로운 건강식이었지요.
야리야리한 레드 잎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았답니다.
이 집의 안주인은 초밥 퀸이셔서
어떤 초밥도 척척 만드세요.
이 참치도 직접 다
손질한 것이랍니다.
즐거운 식사를 마친 저의 기분은
마치 감성 충만한 그린 카페에서
미슐랭 스타의 음식을 먹고
풀냄새 잔잔한 티 한잔을 마신 듯
힐링이 되었답니다.
그래서 이 치유 공간에 좀 더 오래
머물고 싶은 욕심도 잠깐 들더라고요.
빛나는 전등 속에
그린 힐링의 따뜻함과 아쉬움을 뒤로한 채
산세베리아가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왔지요.
좋은 사람을 만나면
헤어지기 싫고
또
헤어지고 나서도
그 향기가 오래도록 남는 것처럼
아름다운 자연의 흙냄새를 닮은
그 집은
잔잔한 호수의 물줄기처럼
제 마음에 남았지요.
다시 만나고 싶은
좋은 사람들처럼
다시 만나고 싶은
집이었답니다.
자연과 가까울수록 병은 멀어지고
자연과 멀수록 병은 가까워진다
<괴테 명언 중에서>
여러분들의
매일 생활하는 집은
어떤 향기를 품고 있는지
어떤 힐링의 공간인지
궁금하네요.
답답한 아파트에
삭막한 방안에
생기 없는 원룸에
화분 하나로라도
식물 한 포기로라도
자연이라는 선물과 함께 한다면
건강함도
조금 더 지킬 수 있을 것 같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