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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쇠의 추억

저의 남편은 결혼 전에 턱 밑에 아주 큰 점이

있었는데요.

이 점 때문에 남편의

별명은 늘 마당쇠였대요.

이 점으로 말할 것 같으면

입술 바로 밑 턱 한중간에

검은 강낭콩 하나가 아니 두 개 정도

붙은 것 같았어요.

 

누구나 한번 보면 얼굴은 잊어버려도

점은 절대 잊을 수 없는 표시였답니다.

정말 번지수를 잘못 맞추면

입술이 아닌 점에다 키스할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별명 얘기를 듣고 사실 저는

기분이 나빴어요.

혹시나 미래에 마당쇠 짝꿍이 될 수도

있는데,

저는 향단이가 되기 싫었던 거죠.

이왕이면

남자 친구가 임금이면

저는 왕비가 되는 것이고,

대감님이라면 마님이 되는 것이고

몽룡이면 춘향이가 되는 것이니까요.

 

 

 

원래 마당쇠의 마당이란 맏이가 변해서 

우두머리나 으뜸이라는 좋은 의미도

있다고는 하지만,

텔레비전에서 즐겨보던 어느

코미디언 아저씨는 머슴 캐릭터로,

입 옆에 큰 점을 붙이고 나와

주인 대감님 심부름이나 하며

구박받는 멍청하고

우스꽝스러운 마당쇠였답니다.

 

저에겐 마당쇠 하면

충직하고 부지런한 종의 느낌보다는

마치 돌쇠, 변강쇠, 껄떡쇠.. 등등의

좀 야릇하고 불편한 단어들이

연상되었거든요.

 

세상은 날로 업그레이드되어가는데, 

그다지 매력적이지도 않는 마당쇠란 별명을

그 오랫동안 무슨 미련을 갖고

들으며 살았을까요?

 

 5분이면 레이저로 간단하게 점 뺄 수 있는

초고속 시대에,

저와 결혼하기 전까지는

한 번도 뺄 생각은 안 하며 살아왔다는 

남편 마음이 살짝 이해 안 가기도 했어요.

 

점을 빼고 난 뒤 출근한 남편을 본

직장 동료들은 깜짝 놀라며,

도대체 이틀 동안에 얼굴에 무슨 짓을(?)

한 거냐며

사라진 점을 넘나

아쉬워했다는 후일담이 있어요.

더불어 남편에게 꼬리표였던

마당쇠란 별명은

그 이후로는 없어지게 되었답니다.

 

여러분들이 갖고 있는 별명은 무엇인가요?

이왕이면 들으면 기분 좋고

나와 가장 어울리는 애칭 한 가지씩은

있으면 좋겠네요.

 

하지만

마당쇠

모르쇠

이런 거는 패스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