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오늘은 그린 푸드, 풀떼기 식단 대학시절 유난히 성격도 명랑하고, 목소리도 은쟁반에 옥구슬 같은 씩씩하고 마음 고운 한 친구가 있었는데요. 어느 날 하루는 기분이 많이 상해서 도대체 이해 안 가는 일이 있다고 씩씩대면서요. 자기 성씨는 분명히 흔하지 않은 성인데 눈에 보이는 길가 글마다, 특히 별로 좋지 않은 문구마다 예를 들면 "이곳에 소변 누면 형사 고발함. 주인 백." 이렇게 말이죠. 자기처럼 온순한 백 씨들이 때로는 무척 과격하게 사람들을 위협하는 글을 써놓은 것을 보면 화가 난다면서요. 지금이야 세련된 문구에 다듬어진 문장으로 전자판 광고가 흔하지만, 당시 80년대만 해도 전봇대나 가게 앞이면 다소 촌스럽고 다듬어지진 않은 문장으로 쓰인 손글씨 전단지나 벽보가 아주 흔했거든요. 여기서 주인 백(白)이란 아뢴다 라는 한자 뜻인데.. 더보기
3월에 띄우는 인내의 탐사 로봇 눈이 녹으면 물이 되는 것이 아니라 봄이 되는 것이다... 마음 따뜻한 어떤 분이 쓰신 것 같은 봄 글이 참 맘에 드네요. 햇볕은 매일 환해지는데 그래도 아직은 겨울바람이 차요. 그래서 깍두기도 추울 것 같아 배추 이불을 살짝 덮어주었답니다. 마음의 동요가 많은 저는 좋은 표현으로는 생각과 아이디어가 많다는 뜻인데, 반대로는 변덕이 많아 마음속에 할까 말까 병을 품고 산답니다. 그래도 겨울에는 몸이 움츠려있다 보니 복잡한 여러 가지 생각도 멈추고 잡념도 쉬면서 잠잠이 지내는데 점점 봄볕이 비추고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봄과 함께 잠자는 숲 속의 할미가 침 흘리며 게슴츠레 깨어나듯 마음속에 아지랑이가 지렁이처럼 마구 꿈틀거리면서 그 할까 말까 잎이 쑥쑥 나기 시작한답니다. 모처럼 한국 장 보러 갈까 말까 .. 더보기
젖소와 황소가 만나는 영어 오래전에 아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일이랍니다. 학교 숙제를 받아와서 다음날 제출하면 선생님께서 아들 답안지에 꼭 C라고 채점해서 보내시는 거예요. 제가 보기엔 틀린 것도 없고, 분명히 잘한 것 같아 A를 주셔야 할 것 같은데, 왜 매번 C밖에 안 주시나, 그렇게 알쏭달쏭 의문이 있었는데요. (아시안을 위한 성적 A, A for Asian이라는 말처럼 특히 아시안 학부모들의 자녀 교육열과 성적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높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학부모/ 교사 컨퍼런스 Parent/Teacher Conferences 시즌이 오면 담임선생님과 자연스럽게 만나니 그때 여쭤봐야지 생각하고 있었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스쿨버스 기다리며 만나 알게 된 한 인도 엄마가 그 숙제의 C는 ABC의 C가 아닌 정답 C.. 더보기
조지 워싱턴 다리위에서의 유머 새해 들어서 아침 일찍 남편과 함께 조지 워싱턴 다리 George Washington Bridge를 건널 일이 있었답니다. 다리 이름이 길어서 여기 미국 친구들도 GW 브릿지 라고 부르고, 뉴저지 및 뉴욕에 사는 한인들도 조다리 라는 애칭으로 줄여(?) 부르는데요. 뉴저지나 뉴욕에 오래 살았는데도 만약 조다리 라는 명칭을 오늘 처음 들었다면 그런 분들은 정말 화성에서, 금성에서 오신 분이 맞는 것 같은데요.ㅋㅋㅋ 그날은 모처럼 한가로운 토요일 이른 시간 이었기 때문일까요. 트래픽도 적었고, 겨울이지만 따뜻한 봄 햇볕이 쏟아져 잊어버리고 있었던 좋은 필이(?) 발동해서 누군가에게 언뜻 들었지만 마음에 남았던 조다리 유머가 떠올랐어요. 젊었을 때 이민오신 한 분이 계셨는데요. 삶이 어찌나 고단한지 그저 눈뜨.. 더보기
50대 부부 대화법 2(feat. 아수라 백작) 부부가 오랜 시간을 함께 하다 보면 쌍둥이처럼 닮아갑니다. 서로를 보면 거울을 보는 듯이요. 그런데 닮아간다는 말이 꼭 좋은 의미만은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남자와 여자로 만났는데, 나이가 들면 이젠 남편은 더 이상 남자가 아니요, 부인도 여자가 아닌 듯 되어버리네요. 마치 나이 든 부부는 남자 반 여자 반을 서로 반반씩 공유하면서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는 야누스처럼 아수라 백작이 된답니다. 변해버린 부부의 모습 속에서 대화를 대화로 풀기 위해선 각자 어떤 노력과 이해의 태도가 필요한 걸까요? 우선 화성에서 왔다는 남편들은 여자들의 대화법에 대한 학습이 좀 필요한 것 같답니다. 여자들은 기본적으로 무한 재생 반복 기능이 있어요. 그러니 여러분의 배우자가 쉼 없는 되풀이의 말을 하더라도 짜증 .. 더보기
50대 부부 대화법 1(feat. 24시간이 모자라) 결혼생활 대략 20년 이상인 50대 부부가 그래도 아직까지 짧은 대화라도 주고받는다면 대충 어떤 식인지 저희 부부의 실지 예문을 옮겨볼게요. 저 : 김 권사님 손녀가 돌이어서 다음 주에 간단한 식사 모임을 하신다는데. 남편 : 애기가 몇 살인데? 이런 환상의 하모니 대화도 있어요. 남편 : 당신은 자면서 왜 그렇게 이를 갈아대? 저 : 뭐라고? 당신 코는 사골인가 보네. 밤새 얼마나 고는 줄 알아. 내가 오늘 밤엔 안 자고 반드시 녹음해서 증거를 들려줄 거야. 유튜브 만능 대화법도 있고요. 저 : 폰 보고 있으니 내일 날씨는 어떻대? 남편 :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당신 폰에서 검색해보면 되잖아. 조금 살벌한(?) 막가파 대화법도 있답니다. 남편 : 오다가 기름 넣는걸 깜박했네. 저 : 머리는 장식으로.. 더보기
미국 홀푸드에서의 발렌타인데이 발렌타인데이 Valentine's Day 들으면 제일 먼저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아마도 이쁜 꽃과 달콤한 초콜릿, 사랑스러운 카드 아닐까요. 초콜릿을 받지 못해 내가 직접 준비하면 발렌본인데이라고 하니, 타인이신가요 아님 본인이신가요. ㅋㅋㅋ 여러분은 어디에 한표? 올해는 금요일 2월 12일이 설 명절이고 일요일 2월 14일이 발렌타인데이로 연속 이어지니 갖다 붙이기 좋아하시는 분들은 설렌타인데이라고도 하신다네요. 혹시 술 좋아하시는 주당분들은 스코틀랜드의 유명 블렌디드 위스키 발렌타인 Ballantines's가 먼저 떠오르시나요? 또 어떤 분들은 초콜릿 하면 바로 혈당 수치 올라갈까 두렵고, 그나마 남아있는 이빨 썩어 임플란트 할까 걱정되고, 이미 비만인데 체중 더 초과될까 봐 신경 쓰이고, 꽃냄새 맡.. 더보기
미국에서의 설 명절 오늘 하루도 어떻게 입에 풀칠하고 계신가요? 딱풀로 할 수도 없고요. 내일은 오늘보다 좀 더 낫게 풀떼기로라도 입에 기름칠을 하려면 오늘 더 열심히 뛰어야겠지요. 여러분처럼 저도 새벽부터 얼굴에 대충 분칠을 하고 나와서, 하루 종일 이리저리 눈치를 보며 일하려니 완전 가자미 눈이 되었지 모예요. 실력이 늘어야 하는데 날이 갈수록 눈치만 백 단 아니 오백 단쯤은 되어 가는 듯. 많은 직장인들이 그러하듯이요..ㅋㅋㅋ 하루살이처럼 시간이 어찌 가는지 정신없이 지내다가도 어느 날 문득 달력을 보게 되면 빨간색 한국 명절이 반갑네요. 새삼 한국에 남아 잇는 가족과 친구 들이 그리워진답니다. 한국을 떠나와 생활을 하는 분이라면 아마 저와 비슷하게 느끼실 것 같네요. 미국에 살다 보니 사실 기본 생활 리듬은 항상 미.. 더보기